언더테일, 아무도 죽일 필요 없는 RPG의 상냥한 혁명

만약 당신이 마주치는 모든 적과 친구가 될 수 있는 RPG가 있다면 어떨까요? 게임 언더테일은 '죽이지 않아도 되는 RPG'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에게 선택의 무게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몬스터로 가득한 지하 세계에 떨어진 한 아이가 되어, 당신은 칼을 휘두르는 대신 따뜻한 포옹을, 공격 대신 대화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상냥한 선택의 끝에서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까요?

인간과 몬스터,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시작

아주 오래전, 인간과 몬스터는 세상을 함께 다스렸습니다. 하지만 두 종족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고, 기나긴 싸움 끝에 인간이 승리했습니다. 인간들은 패배한 몬스터들을 강력한 마법 장벽을 이용해 지하 세계에 봉인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X년, 에봇 산의 금기를 어기고 등반하던 한 인간 아이가 발을 헛디뎌 몬스터들이 사는 지하 세계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만들어갈 이야기의 첫 페이지입니다.

지하 세계에서 눈을 뜬 당신의 목표는 단 하나, 지상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당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수많은 몬스터들과 마주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친절하게 당신을 도와주는 몬스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간에 대한 깊은 적개심을 품고 당신을 공격해옵니다. 이 낯설고 위험한 세계에서,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공격, 행동, 아이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비'

언더테일은 전투 방식부터 특별합니다. 적과 마주치면 익숙한 턴제 RPG 전투가 시작되지만, 동시에 화면에는 탄막 슈팅 게임처럼 상대방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영혼'(하트 모양)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진정으로 위대하게 만든 것은 바로 '행동(ACT)'과 '자비(MERCY)' 커맨드입니다.

당신은 공격(FIGHT) 버튼을 눌러 몬스터를 해치우고 경험치를 얻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RPG 게임에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식입니다. 하지만 '행동' 버튼을 누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신은 몬스터에게 농담을 걸거나, 칭찬을 하거나, 혹은 그냥 안아줄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몬스터는 자신만의 성격과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맞는 '행동'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연 몬스터는 더 이상 당신을 공격하지 않으며, 이때 '자비' 버튼을 누르면 그들을 해치우지 않고 전투를 평화롭게 끝낼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당신은 레벨 1의 약한 아이인 채로 게임의 모든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의지가 만들어내는 세 갈래의 운명

당신이 몬스터를 대하는 방식은 단순히 전투 결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버립니다. 언더테일의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 길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불살 루트'입니다.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죽이지 않고, 만나는 모두와 친구가 되는 가장 이상적인 길입니다. 이 길을 선택한 당신은 해골 형제 샌즈와 파피루스의 친구가 되고, 불같은 성격의 기사 언다인과 함께 요리를 하며, 소심한 과학자 알피스와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몬스터들의 슬프고도 따뜻한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나아가는 이 여정의 끝에서, 당신은 인간과 몬스터 사이의 오랜 증오를 끝내고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감동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몰살 루트'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를 의도적으로 찾아다니며 학살하는 가장 잔혹한 길입니다. 이 길을 선택하는 순간, 게임의 분위기는 180도 바뀝니다. 유쾌했던 배경음악은 소름 끼치는 소음으로 변하고, 캐릭터들은 당신을 괴물이라 부르며 공포에 떱니다. 당신을 믿었던 친구들은 처참하게 스러져가고, 당신의 폭력 레벨(LV, Love가 아닌 Level of Violence)은 끝없이 치솟습니다. 이 길의 끝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대가와 지울 수 없는 죄책감뿐입니다.

마지막은 '중립 루트'입니다. 몇몇 몬스터는 죽이고, 몇몇은 살려주는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처음 겪게 되는 길입니다. 이 길의 결말은 당신이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렸는지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뉘며, 당신의 선택이 지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하고도 현실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놀라운 게임

별점: ★★★★★ (5/5)

언더테일은 메타크리틱 92점이라는 점수가 증명하듯, 단순한 인디 게임을 넘어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혁명적인 작품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위대한 점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상상 이상의 무게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저지른 행동은 그저 이번 회차의 엔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완전히 삭제하고 다시 설치해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며 당신의 양심을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의 상호작용은 이 게임의 핵심적인 매력입니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대사, 각각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전설적인 사운드트랙은 플레이어가 지하 세계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듭니다. 물론, 고전 게임을 연상시키는 픽셀 그래픽은 누군가에게는 단점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일부 보스전의 탄막 슈팅 패턴은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조차 이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당신의 의지로 완성될 마지막 이야기

결론적으로 언더테일은 모든 게이머, 특히 RPG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필독서와 같은 게임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몬스터를 죽이고 레벨을 올리는 반복적인 과정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 하나의 세계와 그 안에 사는 존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만약 당신이 틀에 박힌 RPG에 싫증을 느끼고,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지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십시오. 당신은 자비를 베푸는 성자가 될 수도, 모든 것을 파괴하는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당신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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