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오브 쓰시마 스토리 전반부, 명예를 버리고 사무라이가 되어가는 길

단 80명의 사무라이가 섬을 뒤덮은 거대한 몽골 함대에 맞서 검을 뽑아 들었습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이야기는 바로 이 절망적인 전투, 코모다 해변의 비극에서 시작됩니다. 사무라이의 명예로운 죽음이 아닌, 백성을 위한 비겁한 생존을 선택해야만 했던 한 남자, 사카이 진의 고뇌에 찬 여정은 우리에게 진정한 의리가 무엇인지, 대의를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버릴 수 있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코모다 해변의 불길, 무너져 내린 사무라이의 신념

서기 1274년, 거대한 몽골 제국은 일본 본토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며 그 첫 발판으로 쓰시마 섬을 침공합니다. 쓰시마의 지토(地頭)이자 주인공 '사카이 진'의 숙부인 '시무라' 공은 섬의 모든 사무라이를 이끌고 코모다 해변에서 적을 맞이합니다. 압도적인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사무라이들은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명예로운 정면 대결을 준비합니다. 그들에게 비겁한 기습이나 후퇴는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몽골의 장군 '코툰 칸'은 그들의 명예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화살과 화약 병기를 쏟아부으며 사무라이의 진형을 무참히 깨뜨립니다. 정정당당한 대결을 원했던 사무라이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나갔고, 진 역시 코툰 칸과의 대결에서 패배하여 죽음의 문턱에 이릅니다. 결국 시무라 공은 사로잡히고, 쓰시마의 사무라이 군단은 단 한 번의 전투로 전멸하고 맙니다. 진이 평생 배우고 따랐던 사무라이의 길이, 신념이, 그리고 명예가 코모다 해변의 불길 속에서 잿더미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적의 손에 구원받은 마지막 사무라이

화염과 시체 더미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진은 도적 '유나'의 손에 구출됩니다. 유나는 몽골군에게 잡혀간 대장장이 동생 '타카'를 구하기 위해 진을 살려낸 것입니다. 정신을 차린 진의 목표는 단 하나, 몽골군의 본거지인 카네다 성에 잡혀있는 숙부 시무라 공을 구출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홀로 성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유나는 진에게 사무라이의 방식은 이미 실패했음을 일깨워주며, 어둠 속에 숨어 적의 등 뒤에서 칼을 꽂는 '비겁한' 싸움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진은 큰 충격에 빠집니다. 사무라이에게 적의 등 뒤를 노리는 것은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동생을 구하려는 유나의 간절함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녀를 돕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어둠 속에 몸을 숨깁니다. 몽골군의 야영지에 잠입해 흔적도 없이 적을 암살하고, 소란을 피워 시선을 끈 뒤 타카를 구출해내는 과정에서 진은 깨닫게 됩니다. 명예는 죽은 자를 살릴 수 없으며,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는 때로 더러운 진흙탕에 몸을 던져야만 한다는 것을. 이 순간, 사무라이 사카이 진은 죽고, 쓰시마 백성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 될 '망령(Ghost)'이 태어나기 시작합니다.

쓰시마의 흩어진 불씨를 모아

시무라 공을 구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필요했습니다. 진은 유나와 함께 쓰시마 전역을 돌며 몽골에 맞서 싸울 동료들을 규합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먼저 쓰시마 최고의 궁수 '이시카와 선생'을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하지만 선생은 자신의 제자 '토모에'가 몽골군에 붙어 활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배신자를 처단하기 전까지는 도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진은 선생을 도와 토모에의 흔적을 쫓으며 그의 굳건한 신뢰를 얻어냅니다.

다음으로 진은 아다치 가문의 여전사 '마사코'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문은 이미 누군가의 습격으로 모두 몰살당한 뒤였습니다.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마사코는 복수심에 불타, 가문을 배신하고 몽골에 협력한 자들을 찾아내 처단하기 위한 피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진은 그녀의 복수를 도우며, 몽골 침략의 혼란 속에서 벌어지는 쓰시마 내부의 음모와 갈등을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친한 벗의 칼날, 엇갈린 운명

진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린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친구 '류조'와 그가 이끄는 삿갓 낭인단이었습니다. 긍지 높은 사무라이였던 류조는 현재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부하들을 이끄는 낭인 무리의 두목이 되어 있었습니다. 진은 류조를 찾아가 시무라 공 구출 작전에 함께해달라고 부탁하고, 류조는 오랜 친구의 부탁과 전투 후 받게 될 보상을 기대하며 기꺼이 손을 잡습니다. 흩어졌던 동료들이 모이고, 마침내 시무라 공이 갇힌 카네다 성을 탈환할 준비가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코툰 칸은 진의 계획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류조에게 접근해 달콤한 제안을 건넵니다. 자신을 도우면, 그의 부하들이 평생 굶지 않을 만큼의 식량과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정과 의리, 그리고 굶주린 부하들의 생존이라는 갈림길에서 류조는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명예를 버린 자, 시무라를 구하다

결전의 날, 진과 류조의 삿갓 낭인단은 카네다 성을 향해 진격합니다. 계획대로라면 낭인단이 정문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이, 진이 성에 잠입해 시무라 공을 구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성문 앞에서 류조는 돌연 칼끝을 진에게 겨눕니다. 그는 코툰 칸에게 투항했으며, 진의 목을 바치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가장 믿었던 친구의 배신에 진은 큰 충격을 받지만, 그를 쓰러뜨리고 홀로 성으로 향합니다.

이제 진에게는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는 철저히 '망령'이 되어 어둠 속을 누볐습니다. 연막탄으로 적의 시야를 가리고, 바람 종으로 적을 유인해 암살하며, 성벽을 자유자재로 타고 넘어 마침내 시무라 공이 갇힌 천수각에 도달합니다. 코툰 칸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진은 다리에 폭탄을 터뜨려 성을 잇는 다리를 무너뜨리고, 그 혼란을 틈타 시무라 공을 구출해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숙부를 구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진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친구를 잃었고, 사무라이의 명예를 자신의 손으로 더럽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선 시무라 공은, 조카가 사용한 '비겁한' 전술을 복잡하고 무거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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