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소울3 스토리, 꺼져가는 불꽃의 시대와 재의 귀인의 마지막 순례

태초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게임 다크소울3는 영원할 것 같았던 불의 시대가 마침내 종말을 고하는, 장대하고도 쓸쓸한 세계의 마지막을 그리고 있습니다. 불을 계승하기를 거부한 옛 영웅들을 심판하고, 이 길고 긴 저주받은 순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름 없는 재의 귀인이 무덤에서 일어섭니다. 그의 여정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일까요, 아니면 공허한 잿더미 속의 마지막 발버둥일까요?

꺼져가는 불, 왕좌를 버린 장작의 왕들

세상의 시작과 함께 타올랐던 '태초의 불'은 생명과 죽음, 빛과 어둠을 만들었지만, 그 장작이 될 위대한 영혼들이 사라지면서 이제는 한 줌의 잔불만 남아 세상을 겨우 비추고 있었습니다. 불이 꺼지면 깊고 어두운 '어둠의 시대'가 도래하기에, 세상은 불을 되살릴 새로운 장작, 즉 '장작의 왕'이 될 영웅을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자신을 희생하여 불을 계승했던 네 명의 장작의 왕들은, 그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기를 거부하며 각자의 왕좌를 버리고 잠적해버립니다.

상황이 이토록 절망적이 되자, 세상은 마지막 수단을 사용합니다. 바로 불을 계승할 자격조차 없었던 실패자, '재의 귀인'들을 무덤에서 깨운 것입니다. 주인공 역시 불을 계승하려다 한 줌의 재가 되었던 이름 없는 불사자. 그의 사명은 단 하나, 달아난 장작의 왕들을 추적하여 그들의 '장작'을 되찾아오고, 강제로 옥좌에 앉혀 꺼져가는 불꽃을 되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재의 귀인은 차가운 잿더미 속에서 일어나, 이 무너져가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마지막 순례를 시작합니다.

심연을 감시하는 자와 신을 먹는 자, 그리고 고독한 거인

재의 귀인의 첫 번째 목표는 '심연의 감시자'들이었습니다. 늑대의 피를 나눠 마신 이 불사 군단은 한때 심연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싸웠던 영웅들이었지만, 기나긴 세월 동안 심연에 잠식당해 이제는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영원한 싸움을 벌이는 망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재의 귀인은 그들의 비극적인 춤을 멈추고, 그들의 잿더미를 첫 번째 왕좌에 바칩니다.

다음 목표는 '신을 먹는 자, 엘드리치'와 '거인 욤'이었습니다. 엘드리치는 본래 성직자였으나 식인에 심취한 끝에 썩어 문드러진 덩어리가 되어, 차가운 도시 '이루실'에서 옛 신들을 먹어치우는 끔찍한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재의 귀인은 그의 흉측한 식탐을 멈추고 그의 장작을 되찾습니다. 반면, 거인 욤은 비극적인 왕이었습니다. 그는 한때 자신이 다스리던 백성들을 '죄의 불'로부터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장작의 왕이 되었지만, 그 불꽃은 오히려 그의 백성들을 모두 태워버렸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욤은 '죄의 도시' 가장 깊은 곳에서 홀로 옥좌에 앉아 있었고, 재의 귀인은 그의 고독한 생을 끝내주게 됩니다.

운명을 거부한 어린 왕자의 저항

세 명의 왕을 왕좌로 되돌리자, 마침내 마지막 장작의 왕이 있는 '로스릭 성'의 길이 열립니다. 로스릭의 왕가는 대대로 불을 계승할 후계자를 길러왔고, 이번 시대의 장작의 왕은 바로 병약한 '어린 왕자, 로스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선조들이 걸어온 희생의 길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고통스러운 순환을 반복시키는 저주일 뿐임을 깨닫고 불의 계승을 거부합니다.

그의 형 '왕자 로리안'은 동생의 뜻을 존중하여 그의 저주를 나누어 받고, 혀와 다리를 잃은 채 오직 동생을 지키는 검이 되었습니다. 재의 귀인은 이 두 형제와 마주합니다. 로스릭은 "꺼져가는 불에는 왕들이 필요 없다"고 외치며, 이 지긋지긋한 순환을 끝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합니다. 하지만 재의 귀인의 사명 앞에서는 형제의 숭고한 저항도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의 귀인은 마침내 네 명의 장작의 왕의 힘을 모두 모으는 데 성공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 최초의 화로

네 명의 장작의 왕의 힘이 한데 모이자, 세상의 시작점이었던 '태초의 화로'로 향하는 길이 열립니다. 그곳은 시간이 뒤틀리고, 재가 되어버린 온갖 시대의 왕국들이 한데 모여 종말을 기다리는 공허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화로의 중심에서, 재의 귀인은 마지막 수문장과 마주합니다. 그의 이름은 '왕들의 화신'.

왕들의 화신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과거 태초의 불을 계승하기 위해 자신을 불살랐던 수많은 영웅들, 그윈을 포함한 모든 장작의 왕들의 영혼이 하나로 합쳐져 불꽃 그 자체의 의지를 대변하는 존재였습니다. 재의 귀인이 불꽃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 길고 긴 순환의 역사를 상징하는 존재 그 자체를 뛰어넘어야만 했습니다. 장구한 세월의 무게를 짊어진 왕들의 화신과의 처절한 사투 끝에, 재의 귀인은 마침내 승리하고 꺼져가는 불꽃 앞에 서게 됩니다.

불을 계승할 것인가, 빼앗을 것인가, 혹은 끝낼 것인가

마침내 불꽃 앞에 선 재의 귀인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할 네 가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첫째, '태초의 불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재의 귀인은 스스로를 불살라 다음 장작의 왕이 됩니다. 꺼져가던 불꽃은 잠시나마 다시 타오르고, 불의 시대는 잠시 더 연장됩니다. 하지만 이미 재만 남은 세상에서 이 불꽃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것은 선조들이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따르는, 순환을 인정하는 결말입니다.

둘째, '불의 종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재의 귀인은 불을 계승하는 대신, 눈먼 '화방녀'를 소환합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꺼져가는 불꽃을 감싸 안고, 세상은 마침내 완전한 어둠에 잠깁니다. 길고 길었던 불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들의 시대인 '어둠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순환을 끝내는 결말입니다.

셋째, '불의 찬탈자'가 되는 길입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했다면, 재의 귀인은 불을 계승하거나 끝내는 대신,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찬탈'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신들의 시대를 끝내고, 망자들의 왕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존재가 됩니다.

마지막은 화방녀가 불을 거두는 순간, 그녀를 공격하여 불꽃을 빼앗는 배신의 길입니다. 이 선택의 결과는 오직 어둠만이 알 뿐입니다.

재의 귀인이여, 당신의 시대는 무엇입니까

다크소울3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재의 귀인의 선택이 과연 세상을 구원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일 뿐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꺼져가는 불꽃을 억지로 되살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끝내고 어둠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이 옳은 길인지, 게임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저 잿빛으로 물든 세상 속에서, 한 이름 없는 불사자가 걸어온 고독하고 처절했던 순례를 보여줄 뿐입니다. 이 길고 긴 순환의 끝에서 어떤 시대를 선택할 것인지는, 오직 플레이어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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