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 오토마타(NieR: Automata)는 종말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인류를 대신해 기계 생명체와 싸우는 안드로이드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RPG입니다. 이 게임의 전반부는 인류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숭고한 목표 아래 기계 생명체와의 끝없는 전쟁을 수행하는 두 주역, 전투형 안드로이드 2B(YoRHa No.2 Type B)와 스캐닝형 안드로이드 9S(YoRHa No.9 Type S)가 겪는 임무와 그 속에서 싹트는 미묘한 감정을 다룹니다.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전쟁이라는 가혹한 운명 속에서, 감정이 금지된 안드로이드들이 황폐해진 지구에서 인류의 잔재를 쫓는 기계들과 싸우는 과정을 그립니다. 2B의 냉철한 의무감과 9S의 호기심이 충돌하고 보완되는 가운데, 플레이어는 이 전쟁의 진정한 의미와 안드로이드들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두 요르하(YoRHa) 부대원이 펼치는 전반부의 임무 수행 과정과, 그들의 운명적 동행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요르하 부대: 달 기지에서의 명령과 지상 강하
니어 오토마타의 이야기는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인류의 마지막 거점, 달 기지(The Bunker)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인류의 생존과 복귀를 위한 최전선 기지로, 안드로이드 전투 부대인 요르하(YoRHa)가 주둔하며 기계 생명체와의 전쟁을 지휘합니다. 2B와 9S는 이곳에서 사령관으로부터 인류의 복귀를 위해 기계 생명체의 핵심 거점을 타격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지상으로 강하합니다.
2B는 근접 전투에 특화된 요르하 부대의 주력 모델로, 냉정하고 과묵하며 임무 완수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반면 9S는 정보 수집 및 해킹에 특화된 모델로, 호기심이 많고 2B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 합니다. 이 상반된 두 안드로이드의 조합은 임무 초기부터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이내 서로의 능력을 보완하며 기계 생명체들이 점령한 지구 표면으로 착륙합니다.
이들의 지상 강하 임무는 곧바로 대규모 기계 생명체와의 공중 전투로 이어집니다. 거대한 기계 병기들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2B와 9S는 자신들의 비행 유닛을 파괴하고, 황폐해진 지구의 표면에 첫발을 내딛습니다. 이 과정에서 9S는 2B를 향한 깊은 신뢰와 호의를 표하지만, 2B는 감정이 금지된 안드로이드의 규칙을 되새기며 그 거리를 유지하려 합니다. 이러한 두 주인공의 상호작용은 앞으로 전개될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복선을 깔아줍니다.
폐허 도시와 기계 생명체의 원시적 문명
2B와 9S가 처음 도착한 곳은 수백 년 전 인류 문명이 붕괴한 뒤 자연에 잠식된 폐허 도시입니다. 이곳의 기계 생명체들은 인류의 문명을 어설프게 모방하며, 원시적인 사회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격적으로 안드로이드들을 공격하지만, 때로는 두려움이나 흥미를 표하는 등 단순한 병기 이상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폐허 도시를 탐색하던 두 안드로이드는 기계 생명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들을 목격합니다. 일부 기계들은 '사랑', '가족', '공동체'와 같은 인간적인 개념을 흉내 내며 살고 있으며, '평화'를 추구하는 기계들도 존재합니다. 특히 파스칼(Pascal)이라는 평화주의 기계 생명체 집단의 등장은, 안드로이드들이 믿고 싸워야 할 '적'의 정의에 혼란을 가져옵니다. 9S는 이러한 기계 생명체의 행동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려 하지만, 2B는 임무 수행이라는 절대적인 명령에 따라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경계합니다.
이러한 전반부의 탐험 과정은 게임의 핵심적인 미스터리를 던집니다. 기계 생명체들이 단순히 파괴적인 병기가 아니라면, 이 전쟁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2B와 9S는 자신들이 싸워야 할 '적'의 복잡성과 모호성 속에서, '인류를 위한 전쟁'이라는 대의명분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폐허 도시는 그들에게 단순한 전장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거대한 실험실과 같습니다.
왕국의 미스터리: 아담과 이브의 등장
폐허 도시를 지나 2B와 9S는 거대한 공장 지대와 사막 지역을 통과하며 기계 생명체들의 군사적 거점을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기계 생명체의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지휘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이례적인 존재, 아담(Adam)과 이브(Eve)를 만납니다.
아담과 이브는 다른 기계 생명체들과 달리 인간과 유사한 외형과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류에 대한 강한 집착과 호기심을 보입니다. 아담은 지적이고 냉철하게 2B와 9S에게 이 전쟁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안드로이드와 기계 생명체의 대립 자체가 하나의 순환적 시스템임을 암시합니다. 이브는 단순하고 감정적인 동생으로, 아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아담과의 첫 조우는 2B와 9S에게 충격적인 경험이 됩니다. 그는 압도적인 전투력과 함께, 이 전쟁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에 대한 지식을 암시하며 안드로이드들의 신념 체계를 흔듭니다. 2B와 9S는 아담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그는 기계 생명체의 네트워크를 통해 곧바로 재생됩니다. 이 사건은 2B와 9S의 임무가 단순한 기계 파괴를 넘어, 이 지적이고 알 수 없는 새로운 '적'들과의 서사적 대결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아담은 안드로이드들이 숭배하는 인류의 개념을 연구하며, 이 전쟁의 의미를 스스로 깨달으려 하는 메타적인 존재입니다.
사막과 숲: 커져가는 호기심과 균열
전반부의 여정은 2B와 9S를 광활한 사막 지역과 울창한 숲의 왕국으로 이끕니다. 사막 지역의 기계 생명체들은 무리를 지어 조직적으로 방어하며, 숲의 왕국에서는 기계들이 건설한 중세 시대의 성채와 왕국이 등장합니다. 이곳의 기계들은 '왕'을 숭배하며, 기사도의 개념을 모방하는 등 인간 문명에 대한 기계 생명체들의 모방이 심화됩니다.
이러한 기이한 상황 속에서 9S의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고, 그는 기계 생명체들의 네트워크에 깊숙이 침투하여 이 전쟁과 인류의 역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 합니다. 2B는 임무 완수를 위해 9S를 보호하고 그의 행동을 제지하려 하지만, 9S의 질문과 의문에 점차 영향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관계는 임무 수행을 위한 파트너를 넘어,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고 영향을 주는 미묘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전반부의 마지막 시점에서, 2B와 9S는 자신들이 싸우고 있는 이 전쟁이 끝나지 않는 전쟁이며, 그들이 믿는 인류의 구원이라는 목표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모호한 진실 속에 갇혀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됩니다. 숲의 왕국에서 왕을 잃은 기계 생명체들의 슬픔을 목격하며, 2B와 9S는 '감정이 금지된' 자신들과 '감정을 모방하는' 기계 생명체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2B와 9S: 금지된 감정의 서막
니어 오토마타의 전반부는 액션 RPG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서사적으로도 중요한 기반을 다집니다. 이 게임의 장점은 뛰어난 액션 시스템과 방대한 세계관, 그리고 철학적인 주제 의식에 있습니다. 특히 2B와 9S라는 상반된 캐릭터의 케미스트리는 게임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9S의 끊임없는 질문과 2B의 방어적인 태도는 안드로이드들에게 금지된 '감정'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킵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전반부의 이야기가 미스터리를 던지는 데 집중되어 있어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아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또한, 안드로이드와 기계 생명체의 윤리적 경계에 대한 질문들은 플레이어에게 무거운 생각거리를 던지며, 게임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둡고 비극적입니다. 단순한 액션 쾌감을 기대한 플레이어에게는 이러한 철학적 무게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니어 오토마타의 전반부는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2B와 9S의 운명적 동행을 처절하게 그립니다. 안드로이드들이 금지된 감정의 씨앗을 품은 채,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만드는 기계 생명체들의 복잡한 문명과 마주하는 이 여정은, 앞으로 펼쳐질 비극적인 서사의 거대한 서막에 불과합니다. 2B와 9S가 이 전쟁의 진실과 마주하고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갈지, 그들의 운명적인 임무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