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는 분명히 99퍼센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병사는 외계인 앞에서 조준을 마쳤고 저는 확인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총알은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다음 턴에 그 병사는 쓰러졌습니다. 이름까지 붙여 주며 키워 온 병사였습니다. 이 짧은 순간의 절망감을 아는 분이라면 엑스컴 2를 해 보신 분일 것입니다. 이 게임은 지는 법을 가장 먼저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엑스컴 2의 게릴라 턴제 전술과 명중률 99퍼센트가 빗나가는 이유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엑스컴 2는 어떤 게임이고 왜 이토록 마음을 흔들까요
엑스컴 2는 파이락시스 게임즈가 개발하고 2K가 배급한 턴제 전술 게임입니다. 2016년 2월 5일 PC로 먼저 출시됐고 같은 해 9월에 PS4와 엑스박스 원으로 나왔습니다. 이후 닌텐도 스위치와 iOS 그리고 안드로이드로도 이식됐습니다. 이야기의 출발점이 독특합니다. 전작에서 지구를 지키려던 XCOM이 전쟁에서 졌고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35년이 배경입니다. 외계인은 어드벤트라는 꼭두각시 정부를 세워 지구를 다스리고 있으며 XCOM은 쫓기는 저항군이 되어 반격을 준비합니다. 병사는 다섯 가지 직업 중에서 고를 수 있고 근접 공격에 능한 레인저부터 염력을 쓰는 사이오닉까지 역할이 뚜렷합니다. 난이도는 루키부터 레전드까지 네 단계입니다.
평가는 높았습니다. PC판 메타크리틱 점수는 88점이었고 스팀에서만 출시 첫 주에 50만 장이 넘게 팔렸습니다. 다만 출시 당시 최적화 문제로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사랑받은 이유는 강한 적에게 맞서는 약자의 이야기가 시스템과 정확히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병사는 부족하고 자원은 모자라고 적은 훨씬 강합니다. 이 불리함이 게임의 맛입니다.
게릴라 전술은 왜 도망치는 게임이 아니라 기습하는 게임일까요
엑스컴 2의 핵심은 은신입니다. 임무가 시작되면 분대는 적에게 들키지 않은 상태로 출발하고 이 상태를 이용해 순찰하는 적을 먼저 기습할 수 있습니다. 정면으로 맞붙으면 질 수밖에 없는 상대를 첫 일격으로 흔들어 놓는다는 점에서 이름 그대로 게릴라전입니다. PC게이머의 가이드는 은신을 들키지 않고 지나가는 용도가 아니라 강력한 매복을 준비하는 용도로 쓰라고 조언합니다. 피해 간 적이 나중에 가장 나쁜 순간에 다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시야 표시 기능도 게릴라 전술을 돕습니다. 어느 적이 내 위치를 볼 수 있는지 보여 주기 때문에 들키지 않는 길을 짜거나 매복 지점을 고르기 쉽습니다. 같은 가이드는 연구에서 모듈형 무기와 레지스탕스 통신을 앞세우고 건설에서는 게릴라 훈련소를 먼저 지으라고 권합니다.
여기에 많은 임무에 턴 제한이 붙습니다. 느긋하게 진형을 짜고 싶어도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구조라 공격적인 결정을 하게 됩니다. 병사는 죽으면 영원히 사라지는 영구 사망 방식이고 맵은 매번 다르게 만들어집니다. 전략 차원에서는 아벤저라는 이동 기지에서 연구와 생산 그리고 병사 모집을 관리하며 외계인의 아바타 프로젝트 카운트다운과 경쟁합니다. 이 카운트다운이 가득 차도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고 마지막 대응 시간이 주어집니다. 전술은 한 판의 싸움이고 전략은 캠페인 전체의 시간표인 셈입니다.
99퍼센트가 빗나가는 것은 버그일까요 확률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99퍼센트가 빗나가는 일은 확률적으로 충분히 일어납니다. 100번에 한 번은 빗나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캠페인 한 번에 쏘는 총알이 아주 많다는 점입니다. 99퍼센트짜리 사격을 100번 하면 적어도 한 번 빗나갈 확률이 약 63퍼센트입니다. 300번이면 95퍼센트에 가깝습니다. 95퍼센트짜리 사격만 해도 스무 번 쏘면 한 번 이상 빗나갈 확률이 약 64퍼센트입니다. 오래 하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순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문제는 사람의 기억입니다. 99퍼센트가 맞았던 수십 번은 당연하게 지나가고 빗나간 한 번만 선명하게 남습니다. 게다가 그 한 번은 대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일어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병사를 잃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열 번 연속 나오면 우연이라고 웃어넘기면서 99퍼센트가 한 번 빗나가면 음모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은 제 해석이지만 억울함이 기억을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 제이크 솔로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확률을 수학이 아니라 감정으로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85퍼센트라고 적혀 있으면 15퍼센트 빗나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거의 빗나가지 않는다고 받아들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발자는 몰래 숫자를 바꿔 놓았을까요
2016년 3월 1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솔로몬은 낮은 난이도에서는 화면에 표시된 확률이 실제와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화면의 85퍼센트가 실제로는 95퍼센트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숫자에서 느끼는 심리적 기대에 맞추려는 조정이었습니다. 그는 높은 확률의 사격이 연달아 빗나가면 도전이 아니라 벌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예측 불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낮은 쪽을 깎아내면 높은 쪽도 함께 깎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어느 난이도까지 이 보정이 적용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높은 난이도에서 표시 숫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개발진이 확률 숫자와 사람의 감정 사이의 간극을 알고 있었고 그 간극을 설계에 반영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이 겪은 99퍼센트 빗나감이 버그가 아니라 확률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솔로몬의 말처럼 극단적인 불운이 사라진 게임은 극단적인 짜릿함도 함께 잃습니다. 99퍼센트를 얼마나 믿을지는 결국 난이도와 취향의 문제입니다.
절망 뒤에 찾아오는 참맛은 무엇일까요
엑스컴 2에서 실패는 곧 이야기가 됩니다. 이름을 붙여 키운 병사가 마지막 한 칸을 남기고 쓰러지고 그 병사의 복수를 위해 남은 병사들이 위험한 작전을 짜는 식입니다. 확률이 만든 비극이 플레이어가 만든 서사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숙련자들은 99퍼센트를 맹신하지 않고 한 발이 빗나가도 무너지지 않는 계획을 세웁니다. 엄폐와 측면 공격으로 확률을 높이고 한 병사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역할을 나누며 실패했을 때의 퇴로를 미리 만들어 둡니다. 결국 이 게임은 확률을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확률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게임입니다. 지고도 다시 해 보고 싶어지는 것은 실패의 원인을 내 계획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률은 어쩔 수 없어도 배치와 순서는 고칠 수 있습니다.
2017년 8월 29일 나온 확장팩 워 오브 더 초즌은 이 불확실성에 사람 이야기를 더했습니다. 병사끼리 유대를 맺어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됐고 선택받은 자라는 세 명의 강력한 적이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키워 아벤저를 직접 공격합니다. 리퍼와 템플러 그리고 스커미셔라는 세 저항 세력도 합류했습니다. 메타크리틱 점수는 PS4판 93점 PC판 88점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엑스컴 2는 지금 시작해도 후회하지 않을까요
장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불리한 약자의 게릴라전이라는 컨셉이 시스템과 깔끔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둘째 이름을 붙여 키운 병사가 곧 이야기가 되는 구조라 몰입이 깊습니다. 셋째 확장팩의 평가가 좋아 오래 즐길 거리가 충분합니다. 넷째 PC뿐 아니라 콘솔과 모바일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단점도 분명합니다. 첫째 확률의 변동성이 커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출시 당시 성능 문제가 비판을 받았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영구 사망과 턴 제한이 주는 압박이 큽니다. 넷째 가장 높은 난이도인 레전드는 실수할 여유가 거의 없다고 평가됩니다. 다섯째 전술과 전략 시간표를 동시에 챙겨야 해서 처음에는 할 일이 많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 시작하신다면 낮은 난이도에서 게임의 흐름을 익히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99퍼센트라는 숫자를 믿는 순간 외계인이 웃는다는 점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한 발이 빗나가도 괜찮은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엑스컴 2는 절망의 게임에서 전술의 게임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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