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즈 스카이라인 시민들이 갑자기 떼죽음 당하는 이유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대부분 도로를 깔고 주거지를 배치하며 예쁜 도시를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집니다. 그런데 도시가 어느 정도 커지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주민들이 하나둘 병에 걸리고 급기야 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화재도 없고 범죄율도 낮은데 시민들이 자꾸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 초보 시장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미스터리한 죽음의 원인은 대부분 아주 단순합니다.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이 사실은 도시 전체의 하수가 섞인 오염수였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깔끔하고 평화로운 도시처럼 보이지만 그 수도관 안에서는 조용히 똥물이 흘러 다니고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부터 왜 이렇게 많은 시장들이 자기도 모르게 시민들에게 오염수를 먹이는 참사를 벌이는지 그 구조를 하나씩 파헤쳐 보겠습니다.
취수장에는 정수 기능이 없다는 무서운 사실
이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의 기본 설계에 숨어 있습니다. 많은 초보 시장들은 취수장을 지으면 알아서 깨끗한 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취수장 자체에 정수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취수장은 그저 강이나 바다에서 물을 끌어오는 펌프일 뿐이고 그 물이 오염되어 있다면 오염된 그대로 도시 전체에 공급해버립니다. 반면 하수관은 처리되지 않은 오염물을 그대로 강물에 흘려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즉 이 게임 속 강물은 처음부터 정화 기능이 없는 하수구와 정수기 역할을 동시에 겸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오염이 물의 흐름을 따라 상류에서 하류로 퍼져나간다는 점입니다. 많은 시장들이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취수장과 배수구를 적당히 가까운 위치에 나란히 설치합니다. 이렇게 하면 배수구에서 흘러나온 하수가 물살을 타고 취수장 쪽으로 흘러들어가 그대로 다시 빨려 들어가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겉보기에는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고 생각해도 강물의 흐름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오염이 서서히 취수장 근처까지 번져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렇게 오염된 물이 도시 전체 수도관을 타고 흐르면 시민들은 자신이 마시는 물이 오염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매일 조금씩 병들어가게 됩니다.
오염 지수가 오십 퍼센트를 넘는 순간 벌어지는 연쇄 참사
이 오염 문제가 정말 무서워지는 것은 방치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수도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하수 정화 시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수도 오염도가 오십 퍼센트를 훌쩍 넘어 계속 치솟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시민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고 병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쏟아지면서 결국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죽음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염된 물을 계속 마시는 한 새로 태어나거나 이주해온 시민들도 똑같은 운명을 겪게 되어 도시 전체가 서서히 황폐해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렇게 사망자가 폭증하면 또 다른 골칫거리가 뒤따라옵니다. 화장터나 공동묘지가 순식간에 가득 차버리고 영구차가 한꺼번에 도시를 뒤덮으면서 교통 자체가 마비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오염된 물 하나 때문에 시작된 문제가 도시 전체의 교통망까지 무너뜨리는 셈입니다. 결국 초보 시장이 겪는 전형적인 실패 패턴은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시민들이 조금씩 아프다는 알림이 뜨는 정도였다가 이를 무시하고 도시 확장에만 몰두하면 어느 순간 도시 전체가 죽음의 도시로 전락해버리는 것입니다. 이 모든 파국의 시작이 단순히 급수펌프의 위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한 아이러니를 자아냅니다.
베테랑 시장들의 해법과 그 안에서 발견된 더 기괴한 수법들
이런 참사를 겪어본 시장들은 결국 나름의 해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배수구를 반드시 하류에 급수펌프를 반드시 상류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물이 흐르는 방향을 거스르지 않도록 배치하면 최소한 자기가 버린 오염물을 자기가 다시 마시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도시가 발전하면 하수를 일정 부분 정화해서 방류하는 하수처리장이나 물을 거의 완벽하게 정화하는 고급 정수 시설도 지을 수 있게 되므로 이 단계까지 버티는 것이 정석적인 성장 경로입니다.
하지만 일부 시장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오염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기괴한 수법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도시와 떨어진 곳에 별도의 수로를 파고 그 안에 하수처리시설과 급수펌프를 함께 설치한 뒤 급수펌프들끼리만 파이프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하수가 그 수로 안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정작 도시로 이어지는 파이프와는 연결되지 않은 급수펌프가 그 오염물을 통째로 빨아들여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어버립니다. 오염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 자체를 게임 시스템의 틈새로 밀어넣어 증발시켜버리는 셈입니다. 정상적인 시티 플래너라면 절대 떠올리지 못할 방식이지만 오염과의 전쟁에 지친 시장들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최후의 수단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이 물 관리 시스템이 주는 재미와 동시에 드러나는 피로감
이 오염 시스템을 균형 있게 바라보면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함께 보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도시 계획이라는 장르에 진짜 긴장감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예쁜 건물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 물의 흐름과 지형을 실제로 고려해야 하는 이 시스템은 도시를 살아있는 생태계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처음 오염 문제로 시민들을 잃어본 시장이라면 다음 도시에서는 반드시 강의 흐름을 미리 확인하고 설계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는데 이 학습 곡선 자체가 게임의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분명 존재합니다. 초반 튜토리얼이 이 오염 메커니즘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신규 유저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시민들이 떼로 죽어나가는 상황을 마주하고 크게 당황하게 됩니다. 이미 오염되어버린 물을 되돌릴 방법이 초반에는 전혀 없다는 점도 답답함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결국 처음 몇 번은 도시를 통째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오염 증발 편법처럼 게임의 논리적 허점을 이용하는 방식이 통용된다는 것은 근본적인 시스템 설계에 다소 엉성한 부분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물 관리 시스템은 훌륭한 학습 곡선과 다소 불친절한 초반 난이도를 동시에 지닌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도시는 물의 흐름을 이해하는 자만이 지켜낼 수 있다
정리해보면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물 오염 시스템은 단순한 게임 요소를 넘어 도시 계획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일인지를 은근히 가르쳐주는 장치입니다. 취수장에 정수 기능이 없다는 단순한 설정 하나가 강물의 흐름 하수처리 시설의 유무 그리고 도시 전체의 생사를 가르는 거대한 나비효과로 이어집니다. 많은 초보 시장들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시민들에게 오염수를 먹이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그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은 다음 도시를 지을 때 훨씬 신중한 계획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에 새로운 도시를 시작하게 된다면 예쁜 건물을 세우기 전에 먼저 강물이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도시 계획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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