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사라진 뒤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요. 애프터 어스는 이 무거운 질문을 3D 플랫포머라는 장르 안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아라이즈 어 심플 스토리로 이미 서사적인 게임을 잘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던 피콜로 스튜디오의 신작인데 이번에는 환경 파괴와 멸종이라는 훨씬 무거운 주제를 다룹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잔잔한 감정과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한 이 게임이 실제로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지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생명의 정령 가이아, 멸종된 영혼들을 구하다
플레이어는 생명의 정령 가이아가 되어 인류가 사라진 뒤 황폐해진 지구를 여행합니다. 게임의 핵심 목표는 여덟 개의 별자리에 갇혀 있는 멸종된 동물들의 영혼을 구해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작살에 맞은 고래 마지막으로 우리에 갇힌 독수리 마지막으로 사냥당한 사슴처럼 각 동물이 맞이한 비극적인 최후를 목격하며 그들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이야기는 대사 없이 진행되는데 세계 곳곳에 흩어진 인간의 흔적과 쓰레기 그리고 얼어붙은 인간의 조각상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플레이어가 스스로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무언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명확한 설명 없이도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가이아의 시점입니다. 인간의 발목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존재로 설정되어 있어 게임은 대부분 넓고 높은 카메라 각도로 세상을 비춥니다. 처음에는 이 낯선 시점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곧 이 작은 존재가 거대한 폐허 속을 누비는 대비감 자체가 이 게임의 감정적 무게를 배가시킨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1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동물 영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간직한 저마다의 사연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서사적 장치입니다.
몽환적인 비주얼과 우아한 플랫포밍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은 찬사를 받는 부분은 단연 비주얼입니다. 해외 평론가들도 하나같이 게임의 매혹적인 이미지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독창적인 아트 디렉션에 감탄을 표했습니다. 가이아는 달리고 점프하고 이단 점프를 하며 회피와 공중 대시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데 이 움직임들이 컨트롤러에 직관적으로 매핑되어 있어 긴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조차 우아하고 자신감 넘치게 느껴집니다. 특히 가이아의 대표 능력인 생명의 폭발은 방어 수단이자 동시에 황폐한 세상에 색을 되돌리는 상징적인 연출로 활용되는데 이 장면들이 게임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힙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비주얼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큰 강점입니다.
단순한 게임플레이와 아쉬운 완성도
다만 이 게임을 향한 평가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 등 해외 평론 사이트에서의 종합 점수는 대체로 준수하지만 결코 최상위권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게임플레이 자체가 특별히 새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플랫포밍과 탐험이라는 장르의 기본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전투 역시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일부 평론가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 순간들이 다소 불친절하게 설계된 스테이지 구조 속에 묻혀버린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카메라 조작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일부 유저 리뷰에서는 진행을 막는 버그나 크래시가 발생했다는 불만도 제기되었습니다. 스토리 역시 다소 단순하고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무언의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이 오히려 메시지 전달을 약화시킨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환경 메시지와 게임으로서의 완성도 사이
이 게임이 던지는 환경 파괴에 대한 메시지는 상당히 직설적입니다. 인류의 탐욕과 잔혹함이 어떻게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데 어떤 평론가는 이를 두고 인류에 대한 강렬한 자기비판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강한 메시지가 때로는 너무 노골적으로 다가와 게임이라기보다는 감성적 경험에 가깝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연의 냉혹함이라는 반대편의 시선은 다루지 않은 채 오로지 인간의 책임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조금 더 균형 잡힌 시각이 아쉬웠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 자체는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평균 십 시간 남짓이면 완료할 수 있는 적당한 볼륨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입니다.
총평 완벽하지 않지만 마음에 남는 여정
전체적으로 애프터 어스는 혁신적인 게임플레이보다는 감성적인 경험과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저니 같은 게임을 좋아했던 플레이어라면 이 초현실적이고 황폐한 세계를 탐험하는 여정에서 비슷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화려한 액션이나 정교한 게임 시스템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완벽한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그 진심만큼은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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