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라이5 후기 (Far Cry 5), 광신도 마을에서 벌어지는 광기의 오픈월드 슈팅


호프 카운티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평화로운 미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오픈월드 슈팅게임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 컷신부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조용한 교회 안에서 사람의 머리로 종을 치는 장면이나 평화로운 강물 위로 시체가 떠내려오는 장면은 지금까지 해본 어떤 게임보다도 불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새 떼가 날아오르는 울창한 숲 사이로 사람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황혼이 내려앉는 새하얀 교회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흘러나오는 순간의 온도차는 이 게임이 단순한 총싸움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하게 예고해주었습니다. 파크라이5는 그렇게 시작부터 플레이어의 뒤통수를 치며 몬태나 시골 마을이라는 익숙한 배경 안에 낯설고 섬뜩한 광기를 채워 넣습니다. 파 크라이 3의 광기 어린 해적과 파 크라이 4의 잔혹한 독재자를 지나 이번에는 스스로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믿는 사이비 교주가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시리즈 팬으로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파크라이5를 직접 플레이하며 느낀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게임성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조셉 시드와 에덴의 문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공포

파크라이5의 배경은 미국 몬태나주의 가상 지역 호프 카운티입니다. 이곳은 스스로를 성부라 칭하는 조셉 시드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 단체 에덴의 문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입니다. 플레이어는 이름 없는 보안관보가 되어 인신 상해 혐의로 조셉 시드를 체포하려다 오히려 역습을 당하고 동료들이 모두 광신도들에게 붙잡히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체포조를 이끌던 보안관과 연방보안관은 조셉 시드를 건드리지 말자는 경고를 무시하고 체포를 강행하는데 이 첫 장면부터 이후 벌어질 비극을 암시하는 듯한 불길함이 감돌았습니다. 홀로 살아남은 주인공은 더치라는 은퇴 군인의 도움을 받아 저항군을 꾸리고 세 명의 간부와 성부 조셉 시드에 맞서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더치라는 인물이 공권력을 극도로 불신하는 프레퍼라는 설정인데 결국 공권력이 무너진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공권력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아이러니가 이야기 초반부터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설정 자체는 파크라이 시리즈의 익숙한 틀을 따르지만 에덴의 문이라는 종교 집단이 주는 위압감은 전작의 악당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총을 든 폭력배가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세뇌되어 광신도가 되어가는 과정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게임 전체에 불편한 긴장감을 계속 유지시켜줍니다. 다만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쉽게 조셉 시드에게 넘어갔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고 이는 이후 스토리 평가에서도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세 간부와 배우들의 연기가 만들어낸 몰입감

파크라이5는 조셉 시드의 세 형제자매 간부를 통해 각기 다른 지역과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존 시드를 연기한 그렉 브라이크는 겉으로는 세련된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폭력적인 광기를 숨기고 있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자백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의 몸에 죄악을 새기는 장면에서 그의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변하는데 이 디테일이 캐릭터에 소름 끼치는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페이스 시드를 연기한 크리시 코야마 역시 마약에 취한 듯 몽환적인 존재감을 잘 살렸는데 순진해 보이는 겉모습과 잔혹한 행동 사이의 괴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시리즈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잡은 조셉 시드 역의 그렉 브라이크는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종말론을 설파하는데 이 잔잔한 어조가 오히려 캐릭터를 더 위협적으로 만듭니다. 소리를 지르며 광기를 표출하는 대신 조용히 상대를 압박하는 연기 방식은 파크라이 시리즈의 악당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인공 보안관보는 시리즈 최초로 대사가 전혀 없는 벙어리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어서 악역들의 일방적인 대사만 이어지는 구조가 되었고 이 점은 상호작용의 재미를 다소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세 간부와 조셉 시드가 번갈아가며 열변을 토하는 동안 주인공은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다 보니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설교를 듣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호프 카운티를 누비는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

파크라이5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넓은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재미입니다. 비행기와 수상비행기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이동 수단의 폭이 넓어졌고 헬기와 윙슈트까지 더해져 하늘과 땅을 오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낚시와 사냥 요소도 여전히 존재하며 초원과 숲 호수가 어우러진 몬태나의 풍경은 게임 내내 시각적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줍니다. 특히 동료 시스템이 대폭 강화되어 최대 두 명의 특수 요원과 함께 전투를 치를 수 있는데 곰이나 퓨마 같은 동물 동료까지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한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맵 곳곳에 흩어진 광신도들의 성소와 연료 저장고를 파괴하면 저항군 미터가 상승하는 시스템도 목표 의식을 분명하게 해주어 플레이 동선을 짜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붙잡힌 시민을 구출하거나 광신도들의 수송 트럭을 파괴하는 랜덤 이벤트가 곳곳에서 발생해 정해진 임무 사이사이에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아쉬운 부분도 분명합니다. 무기와 탈것의 종류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고 처치 모션 역시 단조로워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협동 플레이 기능도 이전보다 제한적으로 느껴졌고 사냥을 해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부족해 콘텐츠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신작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시스템적으로는 진화보다 답보에 가까웠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파크라이5의 결말을 다루는 내용이니 아직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으신 분들은 이 부분을 건너뛰시길 권해드립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세 간부를 차례로 처치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조셉 시드와 대면하게 됩니다. 그를 체포하려는 순간 주인공은 그동안 간부들과의 전투에서 보았던 환상이 실제로는 다가올 핵전쟁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존 시드가 뉴스를 보라며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냐고 되묻던 대사나 제이콥 시드가 미국이 결국 종말 직전에 도달했다고 암시하던 대사들이 모두 이 결말을 위한 복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게임의 결말에서 실제로 핵미사일이 호프 카운티에 떨어지며 세상이 종말을 맞이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조셉 시드는 마지막까지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었다며 주인공을 아들이라 부르는데 이 갑작스러운 핵전쟁 엔딩은 발매 당시에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저항군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순간에 무의미해지는 듯한 전개였고 어떤 국가가 왜 핵을 발사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엔딩을 본 뒤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이 결말을 두고 오랫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졌을 정도로 파장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게임 초반부에 조셉 시드를 체포하지 않고 순순히 돌아가는 선택을 하면 짧지만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는 히든 엔딩도 존재하니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핵전쟁 엔딩을 본 이후 다시 게임을 켜면 폐허가 된 호프 카운티를 잠시 둘러볼 수 있는데 그 적막한 풍경이 오히려 이 게임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파크라이5를 마치고 남는 솔직한 총평

파크라이5는 분명 매력적인 세계관과 인상 깊은 악역들을 갖춘 게임입니다. 조셉 시드를 비롯한 간부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서사와 아름다운 몬태나의 풍경 그리고 자유로운 오픈월드 탐험은 시리즈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만한 요소입니다. 특히 플레이 시간을 따져보면 부피감 있는 지역과 다양한 사이드 콘텐츠 덕분에 체감상 상당히 오랜 시간을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는 전작들에 비해 오히려 콘텐츠가 줄어들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고 대사 없는 주인공 설정으로 인해 스토리 몰입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그 논란의 핵전쟁 엔딩은 지금까지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입니다. 정통 파크라이의 손맛을 기대했던 유저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긴장감과 세 간부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는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그것을 마무리 짓는 방식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시리즈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이전 작품들이 가진 완성도를 그리워하게 되는 묘한 감정을 남기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빌런 서사와 몬태나의 풍경을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여전히 한 번쯤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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