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 저항자(Destiny 2: Renegades), 전작보다 나아진 완성도로도 살리지 못한 흥행

지난번 운명의 경계 확장팩이 역대 최악의 평가와 흥행 참패를 동시에 기록한 뒤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다음 확장팩인 저항자가 2025년 12월 3일 출시되었습니다. 이 확장팩은 운명의 서사라는 새로운 이야기의 두 번째 장으로 무법지대라는 배경 아래 서부극과 우주 오페라가 뒤섞인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확장팩이 실제로 플레이해본 유저들 사이에서는 운명의 경계보다 훨씬 나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작 흥행 성적은 오히려 전작보다 더 나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이미 떠나간 유저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항자라는 확장팩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나아진 완성도에도 흥행을 살리지 못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무법지대에서 시작되는 저항자의 새로운 이야기

저항자의 배경은 타르시스라는 무법지대입니다. 이곳에서는 범죄 조직들이 분쟁 지역의 지배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으며 수호자들은 화력팀을 꾸려 공습을 퍼붓고 포탑을 설치하며 강력한 능력을 활용해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갑작스럽게 급부상한 군벌 세력인 바란트 제국이 있습니다. 방랑자는 이 제국의 배후에 신비한 존재 아홉이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선봉대에게 지속적으로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선봉대는 좀처럼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결국 방랑자는 홀로 조사에 나섰다가 이 사태의 핵심 인물인 드레젠 베일에게 생포당하고 맙니다. 수호자들은 방랑자를 구하고 바란트 제국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무법지대 깊숙이 뛰어들게 되며 그 과정에서 오노르 마할이라는 새로운 동료와 함께 힘을 합쳐 강력한 방어 체계로 무장한 던전에 도전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파편적으로만 다뤄지던 방랑자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풀린다는 점에서 팬들 사이에서 기대를 모은 부분입니다.

스타워즈 콜라보라는 오해가 낳은 논란

이 확장팩을 둘러싸고 출시 전부터 크게 화제가 된 부분은 스타워즈와의 연관성이었습니다. 저항자는 우주 서부극이라는 스타워즈 특유의 분위기를 데스티니 세계관에 접목시킨 작품으로 실제로 정식 콜라보레이션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티저 트레일러만 접한 사람들 사이에서 스타워즈 세계관을 억지로 끌어온 콜라보가 아니냐는 억측이 빠르게 퍼졌고 이는 출시 전부터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실제로 공개 생방송에서는 개발진이 스타워즈 테마를 참고했을 뿐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이 발언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면서 오해가 오해를 낳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특정 장르를 참고해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는 게임 업계에서 흔한 전략이지만 하필 데스티니 시리즈가 몇 년째 흥행 부진과 개발력 저하에 시달리던 시점이라 이런 시도조차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이 논란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전작보다 나아진 완성도에도 이어진 흥행 부진

실제로 저항자를 플레이해본 유저들의 평가는 운명의 경계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었습니다. 스팀 유저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 수준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운명의 경계가 받았던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라는 평가에 비하면 확실히 개선된 모습이었습니다. 문제는 완성도가 아니라 이미 떠나버린 유저층이었습니다. 저항자의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약 칠만 명 수준으로 역대 확장팩 중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흥행 참패로 유명했던 최후의 형체나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은 운명의 경계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출시 이후에도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이 주 차에는 동시접속자 수가 사만 명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운명의 경계에서 실망한 라이트 유저들이 완전히 게임을 떠나버린 여파가 다음 확장팩까지 고스란히 이어진 셈입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신뢰를 잃은 브랜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장단점을 냉정하게 짚어보기

저항자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방랑자의 서사를 본격적으로 풀어내며 오랫동안 쌓여온 떡밥을 해소했고 무법지대라는 새로운 배경과 분위기 있는 액션 연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몰락자 디자인 역시 기존의 몰개성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단점 역시 여전히 존재합니다. 드레젠이라는 존재에 대한 배경지식 대부분이 인게임 지식으로만 해금되는 방식이라 신규 유저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스타워즈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 역시 확장팩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초반 여론을 크게 흔들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의 질이 아니라 이미 무너진 신뢰였습니다. 아무리 나아진 확장팩을 내놓아도 유저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국 그 노력은 빛을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저항자는 냉정하게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토리의 결말과 그 이후 벌어진 상황을 다루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부분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결말과 그 이후 발표된 서비스 종료 소식

이야기의 끝에서 수호자들은 드레젠 베일에게 사로잡힌 방랑자를 구출하고 바란트 제국의 배후에 있는 아홉의 의도를 조금씩 드러내는 데 성공합니다. 다만 완전한 결말이라기보다는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여지를 남긴 채 마무리되는데 이는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것을 전제로 한 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전제를 배신했습니다. 저항자가 흥행에서마저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데스티니 시리즈 전체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고 결국 개발사 번지는 2026년 5월 21일 스튜디오의 새로운 시작과 차기작 개발을 위해 데스티니 2의 업데이트를 종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업적의 기념비라는 이름의 마지막 업데이트가 2026년 6월 9일 제공되면서 십일 년 넘게 이어져온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라이브 서비스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방랑자와 아홉을 둘러싼 이야기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채 시리즈가 저물었다는 점은 오랜 팬들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신뢰를 잃으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저항자는 뼈아프게 보여준 확장팩입니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아쉬워할 이유가 적은 작품이었지만 이미 기울어진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시리즈의 마지막을 지켜본 확장팩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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