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져 내리던 그날을 기억하십니까. 영원의 탑이 산산조각 나며 두 개의 세계로 갈라진 아트레이아의 비극을 말입니다. 아이온 클래식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 게임이 아닙니다. 빛과 어둠으로 나뉜 형제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의 심장에 칼을 겨눠야만 하는 슬픈 운명의 대서사시입니다. 창공을 가르는 날개 짓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서막을 지금부터 상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태초의 아트레이아와 용족의 반란
이야기의 시작은 창조신 아이온이 만든 완벽한 세계, 아트레이아에서 출발합니다. 아이온은 세계를 지탱하기 위해 중심에 영원의 탑을 세우고 이를 수호하기 위해 '드라칸'이라는 강력한 종족을 창조했습니다. 드라칸은 강인한 육체와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힘이 커질수록 오만해졌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창조주인 아이온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아트레이아의 다른 생명체들을 지배하고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를 '용족(Balaur)'이라 칭하며 날개를 펼쳐 영원의 탑까지 위협하게 된 것입니다.
용족의 폭주를 막기 위해 아이온은 12명의 주신(Empyrean Lords)을 세상에 내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용족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간들을 각성시켰으니 이들이 바로 불멸의 존재 '데바'입니다. 주신과 데바들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결계를 치고 용족과 맞서 싸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천 년 동안 이어진 '천년 전쟁'입니다. 끝없는 전쟁으로 아트레이아는 황폐해졌고, 희생은 계속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자 했던 공간의 신 이스라펠은 용족과의 평화 협정을 제안했습니다. 주신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지만 결국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평화 회담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영원의 탑 붕괴와 두 개의 세계로 나뉜 비극
운명의 날, 용족의 5대 용제와 12 주신이 영원의 탑 아래 모였습니다. 하지만 회담 도중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음모로 제1 용제 프레기온이 공격을 당했고, 분노한 프레기온은 영원의 탑을 파괴해버렸습니다. 탑이 무너지면서 아트레이아를 지탱하던 거대한 오드(Aether)의 흐름이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가 완전히 붕괴될 위기의 순간, 시간의 신 시엘과 공간의 신 이스라펠은 자신들의 생명을 바쳐 아트레이아의 완전한 파멸만은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영원의 탑은 두 동강이 났고 행성 아트레이아 역시 두 조각으로 갈라졌습니다. 탑의 아래쪽, 빛이 풍부한 남쪽 조각에 남은 사람들은 '천족'이 되었고 탑의 위쪽, 빛이 닿지 않는 차가운 북쪽 조각에 남은 사람들은 '마족'이 되었습니다. 남쪽에 남은 천족은 따뜻한 햇살 아래서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며 자신들이야말로 아이온의 축복을 받은 정통성 있는 종족이라 믿었습니다. 그들은 무너진 탑의 파편조차 신성하게 여기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했습니다.
반면 북쪽에 고립된 마족의 삶은 처절했습니다. 태양 빛이 없는 어둠과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신체는 변이했습니다. 차가운 땅을 딛기 위해 손발톱은 날카로워졌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등에는 갈기가 돋아났습니다. 전투에 돌입하면 눈이 붉게 충혈되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마물과도 같았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진화의 결과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버린 아이온을 원망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 용족과 어리석은 평화론자들에 대한 증오를 키웠습니다.
어비스의 발견과 필연적인 생존 전쟁
오랜 세월이 흘러 두 종족은 서로의 존재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갈라진 두 세계 사이의 불안정한 공간인 '어비스(Abyss)'로 통하는 문이 열립니다. 어비스는 오드의 에너지가 뒤엉킨 혼돈의 공간이자 용족이 호시탐탐 침략을 노리는 전장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천족과 마족은 충격적인 재회를 하게 됩니다. 천족은 변해버린 마족의 모습을 보고 괴물이라며 혐오했고, 마족은 오만해 보이는 천족을 보며 분노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진짜 이유는 감정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자들은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합니다. 영원의 탑이 파괴되면서 아트레이아의 생명 에너지인 오드가 틈새로 새어 나가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아트레이아 전체가 소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붕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 진영에 남아있는 영원의 탑 파편을 파괴하여 오드의 유출을 막는 것뿐이었습니다. 즉, 내가 살기 위해서는 형제였던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잔혹한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기억을 잃은 인간 용병으로 시작하여 데바로서 각성하게 됩니다. 포에타의 숲이나 이스할겐의 수용소를 거치며 날개를 펴는 법을 배우고, 마침내 어비스로 진출하여 종족의 생존을 건 전쟁에 뛰어듭니다. 상대 종족을 죽이는 것은 단순한 살육이 아니라 나의 고향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사명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아이온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슬프고도 장엄한 대립의 역사입니다.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아이온 클래식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비행 시스템'입니다. 특정 지역이나 탈것에 의존하는 다른 게임과 달리, 아이온에서는 날개를 펼치고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활강을 통해 높은 산맥을 넘나들고 어비스 상공에서 벌어지는 3차원 공중전은 이 게임의 백미입니다. 날개를 접고 급강하하며 적의 뒤를 잡거나 상승 기류를 타고 전장을 이탈하는 컨트롤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또한 '시공의 균열' 시스템은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상대 진영의 필드로 잠입하여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적을 기습하는 이 시스템은 필드쟁(RVR)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평화롭게 사냥을 하다가도 갑자기 나타난 적 종족에게 공격당할 수 있다는 긴장감은 아이온을 살아있는 세상으로 만듭니다. 요새전은 종족 단합의 정점입니다. 수백, 수천 명의 유저가 요새를 차지하기 위해 하늘과 땅을 뒤덮으며 스킬을 쏟아붓는 광경은 그 자체로 장관입니다. 양방언 음악 감독이 참여한 OST는 이러한 서사를 더욱 웅장하게 만들어줍니다. 엘테넨의 평화로운 선율이나 어비스의 긴박한 배경음악은 여전히 게이머들의 가슴을 울립니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그림자 종합 평가
이제 아이온 클래식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보겠습니다. 이 게임은 전성기 시절 메타크리틱 80점 중반을 기록했던 명작입니다. 클래식 버전 역시 그 시절의 향수를 완벽하게 자극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별점: ★★★★ (4/5)
장점으로는 완성도 높은 PvPvE 시스템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동시에 적 종족을 견제해야 하는 어비스의 구조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직업 간의 역할 분담(탱커, 딜러, 힐러, 메즈)이 확실하여 파티 플레이의 재미가 살아있습니다. 또한 타격감이 우수하고 스킬 연계(콤보) 시스템이 직관적이어서 전투의 손맛이 좋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클래식'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의 불편함까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레벨업을 위한 사냥 반복(닥사) 구간이 길고 아이템 강화를 위한 확률형 시스템은 여전히 유저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특히 '키나(게임 머니)' 인플레이션 문제와 오토(자동 사냥 프로그램) 유저들은 경제 밸런스를 위협하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종족 인구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여 열세 종족은 필드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최신 게임들에 비해 다소 투박한 그래픽과 UI는 신규 유저에게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비상의 날개를 펼칠 준비가 된 데바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
아이온 클래식은 요즘 유행하는 방치형 게임이나 튜토리얼이 친절한 모바일 게임과는 결이 다릅니다. 파티를 구하기 위해 채팅창을 주시해야 하고 퀘스트 아이템 하나를 얻기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빠르고 간편한 성장을 원하거나 PK(Player Killing)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든 분이라면 이 게임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뒤치기를 당해 억울하게 죽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 밤을 새워가며 요새전에 참여했던 뜨거운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혹은 진정한 의미의 진영 간 대립(RvR)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아이온 클래식은 최고의 선택입니다. 동료들과 합을 맞춰 거대한 용족을 쓰러뜨리고 적 종족의 견제를 뚫고 나아가는 성취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비록 그래픽은 조금 낡았을지 몰라도 아트레이아의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여러분의 날개는 비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천족 혹은 마족의 깃발 아래 모여 여러분의 전설을 시작해 보십시오. 단, 뒤를 조심하십시오. 언제 어디서 적의 비수가 날아올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