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불멸의 걸작인가 팬들을 등진 배신인가: 혹평의 근본적인 이유

만듦새는 걸작, 서사는 파국 – 라스트 오브 어스 2를 둘러싼 역설

2020년 출시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The Last of Us Part II)는 출시 전부터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개발사인 너티 독(Naughty Dog)은 전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를 통해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인간 본연의 감정을 다룬 명작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파트 2 역시 압도적인 그래픽, 세밀한 게임플레이 디자인, 그리고 진화한 액션 시스템 등 게임의 기술적, 예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평론가들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찬사를 받으며 걸작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다수 일반 유저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으며, 특히 전작의 팬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인 수준의 혹평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평론가와 유저 간의 이러한 극심한 평점 괴리는 게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 역설적인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바로 스토리캐릭터에 있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전작에서 구축했던 조엘과 엘리의 부성애와 유대라는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증오와 복수의 순환이라는 가혹한 주제를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면서, 수많은 팬들에게 배신감분노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혹평의 근본적인 이유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전작과의 단절: 조엘의 허무한 죽음과 캐릭터 붕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에 대한 유저들의 혹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작에서 조엘과 엘리가 쌓아 올린 감정적 유대의 깊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전작의 엔딩은 조엘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엘리의 생존을 위해 수술팀을 학살하고, 엘리에게 거짓말을 하는 비윤리적인 선택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에게 가족애의 완성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파트 2는 이 소중한 유산을 게임 시작 불과 몇 시간 만에 무너뜨립니다.

가장 큰 논란의 중심은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조엘의 허무하고 잔인한 죽음이었습니다. 조엘은 복수심에 불타는 신규 캐릭터 애비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붙잡혀 골프채로 잔인하게 살해당합니다. 팬들이 가장 사랑했던 캐릭터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비참하게, 그것도 불필요하게 신뢰를 보이는 우연적인 상황에서 제거되었다는 점은 팬들에게 서사적 충격을 넘어선 감정적 배신으로 다가왔습니다. 전작에서 낯선 이들을 극도로 경계했던 조엘이, 파트 2에서는 처음 보는 무장 단체에게 자신의 이름과 거주지를 너무 쉽게 밝히는 행동은 그의 캐릭터성을 붕괴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조엘의 죽음은 단순한 플롯 장치가 아니라, 전작 팬들의 감정적 지지대를 완전히 훼손하는 사건이었으며, 이는 곧 게임 전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강요된 서사와 폭력적인 관점 전환: 애비의 시점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유저들에게 가장 큰 불만을 야기했던 부분은 바로 스토리의 핵심적인 구조, 즉 애비의 시점으로 플레이어를 강제 전환시킨 서사 방식이었습니다. 게임의 중반부에 이르러, 플레이어는 갑작스럽게 조엘을 살해한 애비의 입장이 되어 시애틀에서의 며칠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제작진은 이 시점 전환을 통해 복수는 공허하다는 메시지와, 가해자와 피해자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유저들은 이 관점 전환을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교육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자신이 깊은 증오를 느끼고 있는 캐릭터의 입장에서 플레이하며 그녀의 동료들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도록 강요당하는 경험은 불쾌함과 저항감을 유발했습니다. 유저들은 엘리의 복수 여정을 응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애비의 입장에서 그녀의 동료들이 엘리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상황은, 제작진이 유저의 감정에 반하는 선택을 억지로 주입하려는 시도로 해석되었습니다. 게다가 애비의 서사는 엘리의 서사와 동일한 플레이 타임을 할애받았는데, 이는 팬들이 기대했던 엘리의 복수 이야기의 비중을 축소시키고, 전작에서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에게 무리하게 감정 이입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엘리의 복수와 결말의 허무함: '증오의 순환' 메시지의 실패

게임이 최종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증오의 순환을 끊는 것이었습니다. 엘리조엘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애비를 추적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동료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거나 멀리하게 되면서 파괴적인 인물로 변모합니다. 그러나 최종 결전에서 엘리는 마지막 순간에 애비를 용서하고 복수를 포기하는 선택을 합니다.

유저들은 이 결말이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엘리가 복수를 포기하는 장면은 이전에 복수를 향해 달려왔던 처절한 여정에 비해 개연성이 부족하고 감정적으로 불완전하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엘리는 조엘과의 마지막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복수를 멈추는데, 유저들은 이 순간적인 깨달음만으로는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을 정당화하기에 서사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엘리는 모든 것을 잃은 채 홀로 남게 되며, 복수의 공허함이라는 메시지는 전달되었을지언정, 유저들에게는 캐릭터의 파멸허무함만이 남았습니다. 많은 팬들은 이 결말이 게임의 주제를 강요하기 위해 엘리라는 캐릭터를 희생시킨 것처럼 느껴진다고 혹평했습니다.

신규 캐릭터에 대한 몰입 실패와 논란

애비를 비롯한 신규 캐릭터들에 대한 유저들의 몰입 실패 역시 혹평의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애비조엘을 죽인 가해자라는 원죄를 안고 시작했기 때문에, 유저들이 그녀에게 긍정적인 감정 이입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작진은 애비의 서사를 통해 그녀가 복수 외에도 레브야라라는 새로운 동료들을 구원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은 애비의 서사가 엘리의 복수 여정을 방해하고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받아들였습니다. 게다가 애비의 극단적으로 근육질인 체형이나, 이야기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다양성(PC, Political Correctness)을 과도하게 의식한 듯한 캐릭터 배치와 설정들 또한 보수적인 팬층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일부 유저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스토리의 개연성을 해치고 제작진의 정치적 신념을 플레이어에게 주입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애비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를 상징하는, 유저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캐릭터로 남게 되었습니다.

기술적 완성도와 서사적 배신 사이의 간극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기술적으로는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임입니다. 뛰어난 그래픽, 깊이 있는 액션, 그리고 세부적인 디테일은 현세대 게임의 정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에게 혹평을 받은 근본적인 이유는 이러한 기술적 성취가 전작 팬들의 기대와 감정적 유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서사적 선택에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장점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기술력, 잔혹하지만 현실적인 몰입감 높은 전투 시스템, 그리고 복수의 공허함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려 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단점팬들의 감정적 지지대였던 조엘의 허무하고 잔인한 죽음, 가해자 시점으로의 강제적 전환과 그로 인한 몰입 방해, 엘리 캐릭터의 파괴적인 변화와 허무한 결말입니다. 게임의 디렉터는 증오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폭력적이고 일방적이어서 유저들에게는 계몽의 강요처럼 느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기술적으로는 걸작이지만, 서사적으로는 전작과의 유대와 팬들의 애정을 배신한 파격적인 작품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텔링에 있어 작가의 의도대중의 감정적 기대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