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당신은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습니까? 게임 완다와 거상은 금지된 땅에 발을 들인 한 청년 '완다'의 처절하고도 고독한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직 죽은 소녀를 되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는 신과도 같은 거대한 존재들에게 칼을 겨눠야만 합니다. 그 숭고한 사랑의 끝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과연 희망일까요,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일까요?
금단의 땅에서 시작된 위험한 거래
이야기는 한 젊은 청년, 완다가 자신의 유일한 동반자인 말 '아그로'를 타고 금단의 땅으로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의 품에는 제물로 바쳐져 싸늘하게 식어버린 소녀 '모노'가 안겨 있습니다. 인간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이 땅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죽은 자의 영혼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전해지는 존재 '도르민'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완다는 금단의 땅 중심에 있는 거대한 '경배의 사원'에 도착해 제단 위에 소녀를 눕힙니다. 그의 간절한 부름에 응답하듯, 사원 천장에서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뒤섞인 신비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녀의 영혼을 되돌리고 싶나?" 도르민은 소녀를 되살려주는 조건으로 한 가지 위험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바로 자신의 힘을 봉인하고 있는 이 땅의 고대 존재, 16개의 '거상'을 파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소녀를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었던 완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거래를 받아들입니다.
대지를 뒤흔드는 고대의 존재, 거상을 향하여
도르민의 안내에 따라, 완다는 소녀를 되살리기 위한 고독하고도 위험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가 가진 무기라고는 활과, 빛을 비추면 거상의 위치와 약점을 알려주는 고대의 검 한 자루뿐입니다. 완다는 충실한 동반자 아그로의 등에 몸을 싣고, 광활한 사막과 안개 낀 호수, 고대 유적이 잠든 숲을 가로지르며 거대한 석상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의 앞을 가로막는 거상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크기의 거인은 살아있는 산맥과도 같았고, 사막을 헤엄치는 거대한 뱀은 대지 그 자체의 분노처럼 느껴졌습니다. 완다는 이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 한낱 미물에 불과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거상의 털을 붙잡고 아슬아슬하게 기어오르고, 끊임없이 몸을 흔들어대는 거상의 등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마침내 빛나는 문양이 새겨진 약점을 향해 검을 휘둘러야만 했습니다.
검은 피, 공허한 승리와 더러워지는 영혼
거상의 약점에 검을 꽂아 넣는 순간, 승리의 함성 대신 비극적인 포효가 울려 퍼집니다. 거상의 몸에서는 붉은 피가 아닌 검은 그림자 같은 액체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완다의 몸을 꿰뚫습니다. 거대한 생명체가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은 결코 영웅적인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고대부터 대지를 지켜온 신성한 존재를 더럽히는 금지된 의식처럼 보였습니다.
거상을 쓰러뜨릴 때마다 완다는 정신을 잃고 경배의 사원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날 때마다 그의 모습은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피부는 점점 창백해지고, 눈빛은 흐려졌으며, 온몸에서는 불길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는 소녀를 살리기 위해 거상을 파괴하고 있었지만, 그 대가로 자기 자신의 영혼이 잠식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단에 누워 있는 소녀의 모습이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 것을 보며, 완다는 멈출 수 없는 이 비극적인 순례를 계속해 나갑니다.
마지막 거상, 그리고 믿음직한 동료의 희생
수많은 사투 끝에, 마침내 마지막 열여섯 번째 거상만이 남게 됩니다. 마지막 거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완다와 아그로는 거대한 협곡을 잇는 낡은 다리를 건너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다리는 그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완다가 추락하기 직전, 아그로는 자신의 몸을 던져 주인을 반대편으로 넘겨주고 자신은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맙니다.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를 잃은 슬픔 속에서, 완다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마지막 거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마지막 거상은 마치 거대한 성채와도 같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완다를 맞이합니다. 모든 것을 잃고 만신창이가 된 완다는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부어 마침내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써 도르민과의 계약은 완수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구원의 시작이 아닌, 파멸의 서곡이었습니다.
드러나는 진실, 완다는 그저 그릇이었을 뿐
마지막 거상이 쓰러지는 순간, 완다의 몸은 완전히 검은 그림자에 잠식당하고 맙니다. 바로 그때, 완다를 쫓아 금단의 땅에 도착한 주술사 '에몬'과 그의 병사들이 사원으로 들이닥칩니다.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머리에 뿔이 돋아나고 온몸이 검게 변해버린, 인간의 모습을 잃은 완다였습니다. 에몬은 완다가 금기를 어기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선언하며 병사들에게 그를 처치할 것을 명합니다.
병사의 칼에 심장을 꿰뚫린 완다의 몸에서, 마침내 도르민의 완전한 본체가 깨어납니다. 사실 16개의 거상은 도르민의 분리된 영혼을 봉인하는 거대한 그릇이었으며, 완다는 그 봉인을 풀고 자신의 몸을 새로운 숙주로 바치기 위한 장기말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거대한 그림자 악마로 변한 완다, 즉 도르민은 엄청난 힘으로 사원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경악한 에몬은 마지막 수단으로 완다의 고대의 검을 집어 들어 사원 중앙에 있는 빛의 샘에 던져 넣습니다. 검은 강력한 빛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며, 악마가 된 도르민을 샘 속으로 빨아들여 다시 봉인하기 시작합니다.
남겨진 아이, 그리고 새로운 시작
도르민의 봉인이 끝나고 금단의 땅으로 향하는 유일한 다리가 무너지자, 에몬은 이 땅을 저주받은 곳으로 남겨둔 채 서둘러 떠납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경배의 사원, 도르민의 약속대로 소녀 모노는 마침내 눈을 뜹니다. 그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그로가 다리를 절며 그녀에게 다가옵니다. 모노는 아그로의 안내에 따라 빛의 샘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머리에 작은 뿔이 달린 아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도르민의 힘에서 해방되어 갓난아기로 다시 태어난 완다였습니다. 모노는 아기를 조용히 품에 안고, 아그로와 함께 사원 꼭대기에 있는 비밀의 정원으로 올라가며 그들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