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을 고치는 기적의 피. 이 소문 하나에 이끌려 저주받은 도시 '야남'에 찾아온 한 이방인이 있었습니다. 게임 블러드본은, '창백한 피'를 찾아 야남에 온 주인공이 끔찍한 야수병의 비밀과 그 너머에 도사린 인간의 지성을 초월한 우주적 공포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장대한 악몽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피의 길 끝에서 사냥꾼을 기다리는 것은 과연 구원일까요, 아니면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 끔찍한 계몽일까요? 이 이야기는 그 심연을 향한 여정입니다.
피의 치료와 야수병, 저주받은 도시 야남
주인공은 정체 모를 병을 고치기 위해, 신비한 '피의 의료'로 명성이 자자했던 도시 야남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기묘한 계약서에 서명하고 야남의 피를 수혈받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도시는 이미 광기와 피로 물든 생지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야남을 강타한 '야수병'은 사람들을 이성 잃은 괴물로 만들었고, 매일 밤이면 사냥꾼들이 이 야수들을 사냥하는 '사냥의 밤'이 되풀이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역시 사냥꾼이 되어, 이 끔찍한 밤을 끝내기 위한 단서인 '창백한 피'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그는 끔찍한 야수들로 변해버린 시민들과, 한때는 동료였을 광기에 휩싸인 다른 사냥꾼들을 마주하며 도시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야남의 피의 의료를 주관하는 '치유 교단'이 야수병의 근원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대성당에서 마주친 교단의 마지막 총장 '아멜리아'가 간절한 기도 끝에 끔찍한 야수로 변하는 모습은, 그들이 숭배하던 피가 구원이 아닌 저주였음을 암시하는 첫 번째 거대한 단서였습니다.
"옛 피를 두려워하라", 비르겐워스의 가르침
아멜리아를 쓰러뜨린 주인공은 "비르겐워스의 학장, 윌럼 마스터에게 향하라"는 계시를 얻게 됩니다. 비르겐워스는 과거 야남의 모든 비밀이 시작된 곳, 바로 치유 교단이 갈라져 나온 모태가 되는 학술 기관이었습니다. 금지된 숲을 지나 호숫가에 자리한 낡은 대학에 도착한 주인공은, 그곳에서 인간의 형상을 거의 잃어버린 채 의자에 앉아있는 윌럼 마스터를 발견합니다.
윌럼 마스터는 말을 하는 대신, 의미심장한 손짓으로 발코니 아래의 거대한 호수를 가리킵니다. 그는 과거 '위대한 자'라 불리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발견했지만, 그들의 피('옛 피')를 사용하는 것이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하며 제자들과 다른 길을 걸었던 인물입니다. 그의 신념은 "옛 피를 두려워하라"는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그가 가리킨 호수로 뛰어든 주인공은, 그곳에서 끔찍하면서도 공허한 모습의 거대한 거미, '우둔한 거미 롬'과 마주합니다. 롬은 사악한 존재라기보다는, 끔찍한 진실을 가리고 있던 살아있는 '장막'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붉은 달이 뜨고, 악몽의 실체가 드러나다
주인공이 롬을 쓰러뜨리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뒤바뀝니다. 롬이 유지하고 있던 환상의 장막이 걷히고, 하늘에는 불길한 붉은 달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건물에 거미처럼 달라붙어 있는 기괴하고 거대한 존재들, '아미그달라'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금까지의 야수병 사태가 단순히 질병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인지 능력을 초월한 상위 존재들의 영향 아래 벌어지고 있었음이 명백해지는 순간입니다.
붉은 달의 출현과 함께, 주인공은 이 모든 악몽의 근원인 '멘시스 학파'의 의식을 막기 위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숨겨진 마을, '야하굴'로 향합니다. 멘시스 학파는 치유 교단의 이단으로, 붉은 달을 불러내고 '갓난 위대한 자'를 잉태시켜 인류를 한 단계 진화시키려는 끔찍한 의식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들의 의식이 벌어지는 '멘시스의 악몽'이라는 정신 세계로 직접 뛰어들어, 이 모든 광기를 끝내기로 결심합니다.
갓난 위대한 자의 울음소리를 멈추고
멘시스의 악몽은 현실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뒤틀린 세계였습니다. 주인공은 악몽의 주인이자 미치광이 학자 '미콜라시'를 추적하며 악몽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의식의 중심이자 붉은 달을 불러낸 원인인 '메르고의 유모'와 마주하게 됩니다. 메르고는 위대한 자의 갓난아기였으며, 그 아기의 울음소리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 세상을 광기로 몰아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격렬한 사투 끝에 메르고의 유모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합니다. 유모가 사라지자 아기의 울음소리가 멎고, 악몽이 끝났음을 알리는 "NIGHTMARE SLAIN"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끔찍했던 야남의 밤은 이제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냥꾼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모든 여정의 시작점이었던 '사냥꾼의 꿈'으로 돌아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불타는 사냥꾼의 꿈, 그리고 세 갈래의 운명
악몽을 끝내고 돌아온 사냥꾼의 꿈은 불길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꿈의 관리자이자 최초의 사냥꾼이었던 '게르만'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니, 이 악몽 같은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기면, 꿈에서 깨어나 야남의 해돋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자비로운 제안을 건넵니다. 여기서 사냥꾼의 운명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 '야남의 해돋이'입니다. 사냥꾼이 게르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는 주인공을 참수하여 꿈의 속박에서 해방시켜 줍니다. 주인공은 야남의 거리에서 눈을 뜨고, 끔찍했던 밤이 끝나고 동이 트는 것을 목격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냥의 밤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습니다. 악몽은 끝났지만, 그 근원은 해결되지 않은 채 또 다른 사냥꾼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소원 들어주기'입니다. 사냥꾼이 게르만의 제안을 거절하면, 게르만은 주인공을 다음 사냥꾼의 꿈을 이어갈 존재로 만들기 위해 직접 칼을 듭니다. 그와의 비극적인 사투에서 승리하면, 하늘에서 진정한 달의 악마, '달의 존재'가 내려와 주인공을 끌어안습니다. 주인공은 게르만의 뒤를 이어 사냥꾼의 꿈에 영원히 갇힌 새로운 관리자가 되어, 끝나지 않는 순환의 일부가 되고 맙니다.
마지막, '유년기의 시작'입니다. 만약 사냥꾼이 여정 중에 '세 번째 탯줄' 세 개를 사용하여 위대한 자에 대한 충분한 '계몽'을 얻었다면,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게르만을 쓰러뜨린 후 달의 존재가 주인공을 속박하려 하지만, 높은 계몽 덕분에 주인공은 그 지배를 이겨내고 달의 존재와 직접 맞서 싸우게 됩니다. 마침내 인간을 초월한 존재마저 쓰러뜨린 주인공은, 필멸의 육체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새로운 '갓난 위대한 자'로 다시 태어납니다. 인형은 이 새로운 신을 품에 안으며, 인류의 새로운 유년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악몽은 끝났는가, 혹은 이제 시작인가
블러드본의 이야기는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사냥꾼이 맞이한 세 가지 결말 중 어느 것이 진정한 구원인지, 혹은 모두가 또 다른 형태의 비극일 뿐인지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야수병의 저주를 끊어낸 것인지, 아니면 그저 거대한 순환의 톱니바퀴 하나를 교체했을 뿐인지, 혹은 인류를 새로운 종의 길로 이끌었는지,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며, 그 앎의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축복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악몽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