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삶은 정말 행복해질까요.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폴란드 스튜디오 크리티컬 히트 게임즈가 개발한 서사 중심의 인터랙티브 수사 어드벤처로 2329년 뉴욕을 배경으로 죽음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진 디스토피아를 그려냅니다. 큰 사고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몸으로 갈아탄 제임스 카라 형사가 도시 지배층만을 노리는 연쇄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인데 80년대 감성의 네오누아르 미학과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만나 상당히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2024년 7월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5 엑스박스 시리즈 X S로 동시 출시되었고 위처 3와 디아블로 임모탈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가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짧은 플레이 타임에도 불구하고 엔딩을 본 뒤 곧바로 2회차를 시작하게 만들었던 이 게임의 매력과 아쉬움을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80년대 감성과 네온이 공존하는 죽음 없는 도시
노바디 원츠 투 다이가 그려내는 세계관은 이 게임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일반적으로 미래 배경 게임이라 하면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전형적인 사이버펑크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게임은 80년대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자동차와 의복 그리고 어두운 누아르풍 색감을 더해 완전히 다른 결의 미래 도시를 완성해냈습니다. 시작과 함께 짧은 영상으로 세계관을 전달하는 도입부는 단 이십 분 만에 주인공과 배경 그리고 게임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전달합니다. 끊이지 않는 재즈풍 배경음악과 간간이 삽입되는 레터박스 연출 그리고 비 내리는 어두운 빌딩 숲의 묘사는 죽음 없는 도시가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기억을 저장하고 새로운 육체로 옮겨 다니며 영생을 누리는 세계에서 영생은 과연 행복인가라는 질문을 게임은 시작부터 끊임없이 던지며 플레이어를 몰입시킵니다. 젊은 몸으로 갈아탈 수 있다면 그 육체의 원래 주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그리고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도시 곳곳에 놓인 신문 기사와 소품 하나하나에까지 스며들어 있습니다. 주인공 제임스 카라 역시 얼마 전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새로운 몸으로 갈아탄 상태이며 그 부작용으로 비동기화라 불리는 기묘한 환각 증세를 겪고 있어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 세계의 모순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재구성기로 사건을 되감는 독창적인 수사 시스템
이 게임의 핵심 수사 도구는 재구성기라 불리는 미래 기술입니다. 주변에 남은 에너지와 정보를 활용해 특정 장소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시간을 되감듯 재현할 수 있는 장치인데 이를 통해 피해자가 목숨을 잃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씩 복원해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소형 엑스레이로 신체 내부나 총알의 궤적을 확인하고 자외선 측정기로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찾아내는 등 다양한 수사 도구를 활용하는 과정은 마치 진짜 누아르 탐정이 된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재구성기로 공간을 통째로 되감아 사라졌던 증거를 눈앞에 되살려내는 연출은 시각적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단순한 조사 도구를 넘어 이 게임만의 시그니처 장면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수사 과정이 게임 전체에서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된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단서를 찾아 조사하고 곧바로 재구성한 뒤 다시 새로운 단서를 조사하는 흐름이 한 사건 안에서도 수십 번 이어지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신선함보다는 익숙한 반복 작업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졌습니다.
몰입감은 뛰어나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스토리텔링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전투나 화려한 액션이 거의 없는 순수한 수사 어드벤처입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플레이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역시 스토리와 세계관이었습니다. 벚꽃나무에 목을 매단 전 정치인의 죽음에서 시작된 수사는 사건을 거듭할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적인 인물들이 얽히며 점점 더 깊은 미스터리로 확장됩니다. 다만 이 게임은 상당히 위험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사건 이해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플레이어가 직접 주변을 꼼꼼히 조사해야만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정해진 수사 목표만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겪는 환각과 은유적인 장면들이 늘어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결국 첫 플레이만으로는 결말에서 커다란 물음표만 남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능동적으로 단서를 찾아야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점은 몰입감 측면에서는 확실한 장점이지만 동시에 스토리를 놓치기 쉽다는 큰 위험 부담을 함께 안고 있는 구조입니다.
결말 스포일러 주의 영생과 죽음에 대한 질문이 남긴 것
여기서부터는 결말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제임스 카라 형사는 수사를 거듭하며 자신이 겪었던 사고와 새로운 육체로 옮겨진 과정 그리고 아내를 둘러싼 진실에 서서히 다가갑니다. 다만 이 대목은 은유와 환각이 짙게 뒤섞여 표현되어 있어서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사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두 번째 플레이를 통해 놓쳤던 단서들을 차근차근 되짚고 나서야 그린이라는 인물이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그리고 영생 시스템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 조금씩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은 누가 진범인가에 대한 플레이어의 다양한 해석을 어느 정도 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결말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는 죽음 없는 세상에 대한 개발진 나름의 답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절반 가까운 플레이어는 첫 엔딩만으로는 이 답변에 완전히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정리하는 노바디 원츠 투 다이의 장점과 단점
노바디 원츠 투 다이를 끝까지 플레이한 소감을 정리하면 탁월한 세계관과 미학을 갖췄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장점을 꼽자면 독창적인 네오누아르 비주얼과 재구성기를 활용한 참신한 수사 메커니즘 그리고 영생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세계관의 깊이는 분명 이 게임만의 강점입니다. 반면 단점도 뚜렷합니다. 반복되는 수사 패턴은 플레이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핵심 정보를 놓치기 쉬운 스토리텔링 구조 탓에 첫 플레이만으로는 결말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엔딩까지 약 다섯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비교적 짧고 부담 없는 게임이지만 스토리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한 번의 플레이로 만족하기보다는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최소 두 번은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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