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랜드4 (Borderlands 4), 총과 전리품에 미쳐버리는 오픈월드 루트슈터의 재발견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 총 한 자루를 얻기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보더랜드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보더랜드4는 그 중독적인 루트슈터의 재미를 오픈월드라는 그릇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만들고 2K가 유통한 이번 작품은 전작들이 쌓아온 유쾌한 세계관과 총기 파밍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처음으로 심리스 오픈월드를 도입했습니다. 발매 초반에는 최적화 논란으로 시끄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게임성 자체는 여전히 보더랜드다운 매력을 품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오늘은 보더랜드4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고 어떤 재미를 주는지 스토리 위주로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보더랜드4 카이로스라는 새로운 행성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보더랜드4의 배경은 완전히 새로운 행성인 카이로스입니다. 전작 3편의 결말에서 릴리스가 페이즈워크시켜버린 엘피스가 우주 어딘가로 옮겨진 뒤 정체불명의 개척 행성 방어막을 뚫어버리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방어막이 박살난 여파로 행성에는 파편이 운석처럼 떨어지고 그 잔해 속에서 이리디언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사이코의 가면을 줍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짧은 티저만으로도 보더랜드 특유의 기괴하고 유쾌한 세계관이 다시 열렸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카이로스는 지금까지의 보더랜드 시리즈와 달리 무자비한 폭군이 지배하는 행성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폭군의 이름은 타임키퍼이며 그의 군대가 행성 곳곳을 장악하고 주민들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외계 볼트를 찾아 헤매는 배드애스 용병 볼트 헌터가 되어 이 억압적인 세계에 뛰어들게 됩니다. 목시의 바 생추어리 호 외부인 세력 일렉티 굴착단처럼 다양한 세력들이 카이로스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럽게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겉으로는 총기를 모으는 슈팅 게임이지만 그 안에는 억압받는 행성의 민중을 단합시키고 불씨를 피우는 서사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새로운 매력입니다.

폭군 타임키퍼가 지배하는 세계와 네 명의 볼트 헌터

이번 작품에는 네 명의 새로운 볼트 헌터가 등장합니다. 사이렌 벡스는 기구한 성장 배경 때문에 비관적인 성격을 가졌지만 그만큼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인물로 기이한 에너지를 다루며 사역마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엑소솔저 라파는 전직 테디오어 사병으로 미세중력 환경에서 자라 골밀도 문제를 겪게 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급받은 프로토타입 엑소수트를 활용해 검과 블래스터를 소환합니다. 하지만 테디오어가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닫고 탈영한 인물이라 나름의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비타 할로는 전직 말리완 야전 과학자로 힘을 추구하는 조직 분위기와 맞지 않아 소외받았던 인물입니다. 각 볼트 헌터는 세 가지 시그니처 액션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무궁무진한 스킬 트리 조합으로 자신만의 빌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맞서야 할 적은 타임키퍼의 군대입니다. 게임 내내 타임키퍼 군대가 사용하는 무기들과 전투를 벌이게 되며 강력한 점사 무기에 추가 탄약을 장착해 높은 정밀도로 대상을 제거하는 식의 전투가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여덟 가지 고유한 제조사가 만든 셀 수 없이 많은 무기를 손에 넣게 되고 라이선스 부품 시스템 덕분에 하나의 총에 여러 제조사의 특성이 결합된 조합까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총을 모으는 재미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가 동시에 맞물리며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오픈월드로 확장된 전투와 파밍의 재미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심리스 오픈월드의 도입입니다. 전작까지는 지역 간 이동이 로딩으로 끊겨 있었지만 보더랜드4는 카이로스 전역을 끊김 없이 자유롭게 누빌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호버 바이크를 타고 들판과 고지대 사막을 가로지르며 예상치 못한 이벤트와 퀘스트를 마주치는 경험은 시리즈를 오래 즐긴 팬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게임을 미리 접해본 매체들의 후기에 따르면 전작에서 지적받았던 부분들을 상당 부분 피드백한 흔적이 보이고 새롭게 추가된 회피 기능 같은 액션들이 게임 전체와 잘 어우러진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오픈월드가 되었다고 해서 무기의 등급 체계가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흥미로운 점은 보더랜드4의 무기들이 등급에 따른 성능 차이가 다른 루트슈터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고 등급으로 분류되는 주황색 무기와 그 바로 아래 단계인 녹색 등급 무기 사이에도 상황에 따라서는 녹색 등급이 더 쓸모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옵션과 부품 조합이 잘 맞아떨어지면 낮은 등급의 무기가 오히려 채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무작정 높은 등급만 쫓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조합을 찾아가는 재미가 이번 작품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동 플레이와 무기 시스템이 주는 몰입감

보더랜드4는 처음부터 협동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게임입니다. 모든 플랫폼에서 최대 4인 온라인 협동 플레이를 지원하고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에서는 2인 분할 화면 로컬 협동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각 플레이어에게 개별 전리품이 제공되고 동적인 레벨 스케일링과 개별 난이도 설정이 적용되어 파티원끼리 실력 차이가 있어도 함께 즐기기 편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고속 이동 기능을 통해 팀원에게 바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협동 플레이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 부분입니다.

결말

여기서부터는 게임의 스토리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분들은 이 부분만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카이로스를 지배하던 타임키퍼는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그가 행성을 지배하게 된 배경과 볼트를 향한 집착이 드러나며 단순한 악당 그 이상의 존재로 그려집니다. 볼트 헌터들은 각 세력과 협력하며 타임키퍼의 군대를 하나씩 무너뜨리고 결국 행성의 근본적인 방어막과 볼트의 비밀에 다가서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플레이어는 타임키퍼와 정면으로 맞서 카이로스의 주민들에게 자유를 되찾아주는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만 시리즈 특유의 방식대로 완전히 깔끔하게 마무리되기보다는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이후 스토리 팩과 DLC를 통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보더랜드4를 직접 해보고 느낀 솔직한 평가

보더랜드4는 시리즈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오픈월드라는 새로운 시도를 더한 좋은 속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신 나간 세계관과 그보다 더 미친 등장인물들 해일처럼 쏟아지는 총기까지 보더랜드다운 매력은 여전했고 여기에 자유로운 탐험이라는 재미가 더해졌습니다. 그러나 발매 초반 PC판의 최적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권장 사양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해도 버벅거림이 발생했고 메타크리틱 유저 점수가 크게 떨어질 정도로 초반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CEO의 부적절한 발언과 가격 책정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게임 외적으로도 잡음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임성 자체만 놓고 보면 루트슈터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최적화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구매를 서두르기보다 patch 상황을 지켜보며 접근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총과 전리품을 모으는 손맛 하나만큼은 시리즈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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