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얼음 바다 아래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심해로 뛰어듭니다.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는 전작의 감동을 이어받아 더욱 깊어진 서사와 새로운 생태계를 선보입니다. 미지의 행성 4546B에서 펼쳐지는 처절한 사투와 신비로운 외계 문명의 흔적은 게이머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만듭니다.
얼어붙은 행성 4546B에 발을 내딛다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 이야기는 주인공 로빈 아유가 언니 샘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풀기 위해 알테라 공사의 눈을 피해 행성 4546B의 북극 지역에 불시착하며 시작됩니다. 언니는 공사의 연구원이었으나 사고로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고 로빈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원을 지나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 로빈 앞에는 전작과는 또 다른 푸른빛의 신비로운 수중 세계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감탄도 잠시 로빈은 영하의 기온 속에서 저체온증과 싸우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작은 구명 포드 하나에 의지해 산소통을 제작하고 주변의 해조류를 채취하며 본격적인 탐사를 준비합니다.
바닷속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곳곳에는 위협적인 생물들이 가득합니다. 로빈은 언니의 흔적을 쫓아 알테라 공사가 남긴 버려진 기지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언니 샘이 단순한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외계 바이러스인 카라와 관련된 연구를 저지하려다 무언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렸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데이터 패드에 남겨진 언니의 음성 기록들은 로빈을 더 깊은 심해와 험난한 지상 연구소로 안내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생존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 갈증과 허기를 채우고 더 깊은 곳을 탐사하기 위해 시트럭이라는 새로운 이동 수단을 제작하며 적응해 나갑니다.
외계 지성체 알란과의 운명적인 조우와 공생
탐사를 이어가던 로빈은 정체불명의 신호를 따라가다 외계 종족인 선구자의 유적이 보존된 지하 시설에 도달합니다. 그곳에서 로빈은 자신의 의식을 전송할 곳을 찾고 있던 외계인 지성체 알란을 만나게 됩니다. 알란은 자신의 육체가 파괴되어 데이터 형태로 남아 있었고 로빈의 뇌 속으로 자신의 의식을 전송하여 공생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제 로빈의 머릿속에서는 알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인간과 외계 지성체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됩니다. 알란은 처음에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차갑게 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로빈과 대화하며 서로를 신뢰하게 됩니다.
알란은 자신의 육체를 다시 재건하기 위해 행성 곳곳에 흩어진 부품 설계도를 찾아달라고 요청합니다. 로빈은 언니의 진실을 찾는 여정 속에 알란의 부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더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로빈은 수정 동굴과 같은 매우 깊고 위험한 장소들을 탐험해야 합니다. 거대한 레비아탄급 생명체들이 로빈을 위협하지만 알란의 조언과 기술적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깊은 곳의 비밀에 다가갑니다. 알란은 과거 자신의 종족이 저질렀던 실수와 카라 바이러스로 인해 문명이 멸망 위기에 처했던 아픈 기억을 로빈에게 공유하며 두 존재 사이의 유대감은 더욱 깊어집니다.
언니의 죽음을 둘러싼 알테라 공사의 거대한 음모
로빈은 알란의 부품을 찾는 동시에 언니 샘의 행적을 끝까지 추적합니다. 결국 로빈은 지상의 거대한 빙하 속에 숨겨진 연구소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합니다. 알테라 공사는 멸종된 줄 알았던 카라 바이러스를 무기화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얼어붙은 레비아탄의 사체에서 바이러스를 추출하여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정의로웠던 샘은 이 위험한 바이러스가 다시 세상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 시설을 폭파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던 것입니다. 로빈은 언니가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끝내기 위해 바이러스의 해독제를 직접 제작하여 얼어붙은 레비아탄에게 주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작의 생존자 중 한 명인 마르그리트 마이다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거대한 생물의 뼈를 집 삼아 살아가며 알테라 공사의 감시를 피해 독자적인 생존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마르그리트는 처음에는 로빈을 경계하지만 로빈의 진심을 확인하고는 알테라의 감시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합니다. 로빈은 마르그리트의 도움을 받아 알테라 공사가 행성을 감시하던 통신탑을 해킹하여 자유를 얻게 됩니다. 언니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로빈은 이제 마지막 남은 과업인 알란의 육체 재건에 집중합니다.
진실의 문을 열고 행성을 떠나는 마지막 여정
알란의 신체 부품을 모두 모은 로빈은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제조 시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로빈은 알란의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마침내 로빈의 정신에서 해방된 알란은 거대한 외계인의 모습으로 부활하여 로빈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알란은 자신의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 동족들의 흔적을 확인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로빈 역시 행성 4546B에서 언니의 진실을 모두 확인했고 이제 이곳에는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음을 깨닫습니다. 로빈은 인간 세상을 뒤로하고 알란과 함께 미지의 우주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두 존재는 선구자의 거대한 관문을 활성화합니다. 관문이 열리며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에너지는 로빈이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고난과 슬픔을 씻어주는 듯합니다. 로빈은 알란이 제작한 우주선에 몸을 싣고 대기권을 돌파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얼어붙은 행성 4546B는 차갑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로빈의 기억 속에 남게 됩니다. 이제 로빈 앞에 펼쳐진 것은 인류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입니다. 언니를 향한 그리움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채 로빈은 외계인 친구 알란과 함께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며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심해의 공포와 지상에서의 새로운 생존 전략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지상 탐사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숨을 참는 것뿐만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열매를 먹거나 뜨거운 온천 근처에서 몸을 녹여야 합니다. 눈보라가 치면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어 길을 잃기 쉬우며 이는 수중에서의 산소 부족과는 또 다른 압박감을 선사합니다. 지상 전용 이동 수단인 스노우폭스를 타고 눈 위를 질주하는 재미는 색다르지만 얼음 밑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얼음 벌레의 위협은 지상 역시 안전하지 않음을 일깨워줍니다.
수중 생태계 역시 더욱 화려해졌습니다. 형광빛을 내는 해초들과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산호초들은 탐험의 욕구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 뒤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도구를 훔쳐가는 바다 원숭이나 갑자기 돌진해오는 상어류 생물들은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듭니다. 특히 이번에 도입된 시트럭 시스템은 다양한 모듈을 연결하여 이동식 기지로 활용할 수 있어 전작의 사이클롭스와는 또 다른 커스터마이징의 재미를 제공합니다. 제작 시스템은 더욱 직관적으로 변해 초보자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돋보입니다.
차가운 바다에서 느낀 경이로움과 아쉬움의 공존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는 전작이 가졌던 특유의 고립감과 공포를 영리하게 변주했습니다. 알란이라는 파트너를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게임을 단순한 생존을 넘어 한 편의 서사시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 측면에서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중에서의 음향 효과는 실제 바닷속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며 생물들의 포효 소리는 공포감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얼음이 깨지는 소리나 눈보라가 치는 소리는 환경의 가혹함을 피부로 느끼게 해줍니다.
다만 전작에 비해 전체적인 맵의 규모가 작아졌다는 점은 골수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거대한 심해를 탐험하는 느낌보다는 밀도 있는 구역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느낌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상 조작감이 수중만큼 매끄럽지 못해 일부 구간에서는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주는 탐험의 본질적인 재미는 여전합니다. 미지의 생물을 발견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여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모험을 마치며 내리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평가
최종 별점: ★★★★☆
사유: 서브노티카 빌로우 제로 게임은 전작의 명성을 훌륭하게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입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메타크리틱 점수 80점 초반대에 걸맞게 장르의 정점을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비록 맵의 크기나 일부 시스템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생존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최상위권입니다.
장점: 한층 강화된 스토리텔링과 주인공의 캐릭터성, 알란과의 흥미로운 상호작용이 돋보입니다. 시각적으로 더욱 화려해진 수중 그래픽과 시트럭을 활용한 전략적인 탐험은 큰 즐거움을 줍니다. 또한 지상과 수중을 오가는 다채로운 생존 환경이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단점: 전작보다 좁아진 맵과 짧아진 플레이 타임이 아쉽습니다. 지상 탐사 구간에서의 조작감이 다소 뻣뻣하며 전작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심해의 공포감이 다소 희석된 면이 있습니다. 또한 최적화 문제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 프레임 드랍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추천: 생존 게임을 좋아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주저 없이 추천합니다. 특히 전작을 재미있게 즐겼다면 이번 작품 역시 훌륭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광활한 오픈월드와 극도의 자유도만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선형적으로 변한 구조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차가운 얼음 아래 숨겨진 따뜻한 인간미와 외계의 신비를 경험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4546B 행성으로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