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더스크롤 시리즈 탐리엘의 역사와 스카이림으로 보는 자유도의 정점

 

차가운 북부의 바람이 뺨을 스치고 눈을 뜨면 낯선 마차 위에서 처형장으로 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절망적인 순간 하늘을 찢는 용의 포효가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거대한 세상입니다. 탐리엘 대륙의 유구한 역사와 그 속에서 펼쳐지는 영웅의 서사시는 압도적인 자유도와 함께 게이머를 전율하게 만듭니다. 지금부터 그 전설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창조의 신화와 탐리엘 대륙의 탄생 배경

이야기는 게임이 시작되기 훨씬 전 태초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주에는 질서를 상징하는 아누와 혼돈을 상징하는 파도메이 두 존재만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충돌로 수많은 신적인 존재 에트아다가 태어났는데 우리는 이들을 에이드라와 데이드라라고 부릅니다. 에이드라는 세계 창조에 기여하여 자신의 힘을 희생한 신들이고 데이드라는 창조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인 오블리비언 차원에 머무는 강력한 존재들입니다. 창조의 신 로칸은 에이드라들을 설득하여 필멸의 세계 넌(Nirn)을 만들었고 그 중심에 우리가 모험하게 될 거대한 대륙 탐리엘이 자리 잡았습니다.

탐리엘의 역사는 제국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인간 종족은 엘프들의 지배를 받던 노예였으나 성 알레시아의 반란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고 제 1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이후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제국은 흥망성쇠를 거듭했고 제 3시대에 이르러 타이버 셉팀이라는 영웅이 나타나 대륙을 통일하고 탐리엘 제국을 선포했습니다. 그는 죽어서 신으로 승천하여 탈로스라는 이름으로 숭배받게 됩니다. 하지만 평화는 길지 않았습니다. 전작인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에서 다루어진 오블리비언 사태로 인해 황제 유리엘 셉팀 7세와 그의 마지막 혈통이 사망하며 제 3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왕의 아뮬렛이 파괴되고 드래곤의 불꽃이 꺼지면서 탐리엘을 보호하던 결계는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제국의 몰락과 깨어난 고대의 위협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의 무대는 오블리비언 사태로부터 200년이 지난 제 4시대입니다. 탐리엘 제국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이 엘프들이 주축이 된 탈모어와의 대전쟁에서 패배한 제국은 백금 조약을 맺고 굴욕적인 평화를 얻었습니다. 이 조약의 조건 중 하나는 제국의 시조인 탈로스 숭배를 금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반발한 북부 스카이림 지방의 울프릭 스톰클록은 반란을 일으켰고 스카이림은 제국군과 스톰클록 반란군 사이의 내전에 휩싸입니다.

주인공인 여러분은 국경을 넘다 제국군에게 잡혀 반란군 수장인 울프릭과 함께 처형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헬겐 요새에서 목이 잘리기 직전 검은 날개의 거대한 드래곤 알두인이 나타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알두인은 세상을 집어삼키러 온다는 예언 속의 파괴신입니다. 혼란을 틈타 탈출한 여러분은 화이트런의 영주 발그루프에게 드래곤의 출현을 알립니다. 서쪽 감시탑에 나타난 또 다른 드래곤 미르물니어를 쓰러뜨린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드래곤의 영혼이 여러분의 몸으로 흡수되고 여러분은 고대 용언의 힘인 포효(Thu'um)를 내지르게 됩니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드래곤의 영혼을 가진 필멸자 바로 드래곤본(도바킨)이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드래곤본의 각성과 운명의 갈림길

자신의 정체를 깨달은 여러분은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사는 현자 집단인 그레이비어즈의 부름을 받습니다. 7천 개의 계단을 올라 하이 흐로스가에 도착한 여러분은 그들로부터 용언을 수련하고 드래곤본으로서의 사명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여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탈모어는 드래곤의 부활이 자신들의 계획이 아님을 확인하려 하고 고대의 비밀 결사단인 블레이드는 알두인을 막기 위해 여러분을 돕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스카이림 지하 깊은 곳에 숨겨진 블랙리치라는 거대한 지하 도시를 탐험하고 드래곤 연구에 미친 셉티무스 시그누스를 만나 엘더스크롤을 찾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은 파르써낙스라는 늙은 드래곤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알두인의 동생이자 과거 인간들에게 용언을 가르쳐준 스승입니다. 그레이비어즈의 수장이기도 한 그는 본능을 억제하고 평화를 수호하며 속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블레이드는 그가 과거의 죄를 지은 드래곤이라며 죽일 것을 요구하고 그레이비어즈는 그를 보호하려 합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정의와 자비 그리고 본성과 극복이라는 철학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여러분은 과거의 영웅들이 알두인을 물리치기 위해 사용했던 용의 추락이라는 포효를 배워야 합니다.

소븐가르드에서의 최후의 결전과 전설의 완성

알두인을 막기 위해 여러분은 스컬다픈 신전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산 자가 갈 수 없는 사후 세계인 소븐가르드로 통하는 포털이 있는 곳입니다. 수많은 드라우그와 드래곤 사제를 뚫고 포털을 넘은 여러분은 영예로운 전사들의 영혼이 머무는 소븐가르드의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합니다. 그곳에서 안개 속에 숨어 영혼들을 집어삼키며 힘을 키우고 있는 알두인을 발견합니다. 여러분은 과거 알두인과 맞서 싸웠던 고대 영웅 세 명의 영혼과 힘을 합쳐 안개를 걷어내고 최후의 전투를 준비합니다.

세상의 종말을 가져오려는 세계의 포식자 알두인과 세상을 구하려는 최후의 드래곤본의 대결은 하늘과 땅을 울립니다. 치열한 사투 끝에 알두인은 쓰러지고 그의 영혼은 소멸하지 않은 채 하늘로 흩어집니다. 소븐가르드의 영웅들은 여러분의 승리를 찬양하고 여러분은 다시 현세로 돌아옵니다. 스카이림의 내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탈모어의 위협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가장 큰 위협인 알두인은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을 전설 속의 영웅으로 칭송하지만 이후의 삶은 온전히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제국군에 가담해 반란을 잠재울 수도 스톰클록을 도와 스카이림의 독립을 이끌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암살자가 되어 어둠의 형제단을 이끌거나 도둑 길드의 마스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엘더스크롤이 선사하는 끝없는 이야기의 본질입니다.

자유도라는 이름의 양날의 검과 종합 평가

이제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을 기준으로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보겠습니다. 이 게임은 메타크리틱 90점대 중반을 기록한 마스터피스로 별점 5개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1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별점: ★★★★★ (5/5)

가장 큰 장점은 비교 불가능한 자유도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갈 수 있고 대부분의 사물과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정해진 루트를 따르지 않고 맵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만나는 서브 퀘스트들의 완성도는 메인 스토리를 능가할 때도 많습니다. 또한 방대한 모드(MOD) 커뮤니티는 이 게임의 수명을 무한대로 늘려주었습니다. 그래픽을 실사처럼 바꾸거나 새로운 지역과 퀘스트를 추가하는 등 유저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개조할 수 있다는 점은 엘더스크롤만의 독보적인 강점입니다. 탐리엘 대륙의 방대한 설정과 책 한 권 한 권에 담긴 텍스트의 깊이는 세계관에 깊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베데스다 게임 특유의 버그는 악명이 높습니다. 퀘스트 진행이 막히거나 캐릭터가 공중에 끼이는 현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발생합니다. 전투 시스템, 특히 근접 전투의 타격감은 다소 밋밋합니다. 허공을 가르는 듯한 느낌은 묵직한 액션을 기대한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던전의 구조가 비슷비슷하여 후반부로 갈수록 탐험이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바닐라(순정) 상태의 캐릭터 모델링은 서양 판타지 특유의 투박함이 있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방대한 세상의 주인이 되고 싶은 여행자에게

엘더스크롤은 화려한 액션이나 영화 같은 연출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게임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거나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최신 게임의 친절한 내비게이션과 화려한 타격감에 익숙하다면 초반의 불친절함과 버그들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거대한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면 이보다 완벽한 게임은 없습니다. 길가에 핀 꽃을 꺾고 밤하늘의 오로라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경비병의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경험은 다른 게임에서 느끼기 힘든 감동을 줍니다. 정해진 운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걷는 길이 곧 운명이 되는 경험을 원하신다면 탐리엘 대륙은 언제나 여러분을 환영할 것입니다. 아직 이 전설적인 모험을 떠나지 않으셨다면 지금 바로 마차에 올라타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이미 드래곤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