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해변을 걸으며 인류의 마지막 연결을 다시 잇는 샘 포터 브리저스.
죽음이 바다를 타고 다가오는 세계에서, 그는 또다시 배달부의 길을 떠납니다.
코지마 히데오가 5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연결’이라는 화두를 더 깊고 넓게 파고든 감성 SF 대서사시입니다.
새로운 대륙, 새로운 시작
데스 스트랜딩 2는 전작의 미국 대륙을 떠나 멕시코에서 호주를 잇는 태평양 연안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해변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데, 죽은 자들이 떠내려오는 ‘비치’와 살아남은 자들의 현실이 겹쳐지는 설정이 압권입니다.
샘은 여전히 Fragile Express의 배달부지만, 이번엔 개인적인 복수와 루이(Lou)라는 존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이 더해졌습니다.
히그스(매즈 미켈슨)가 다시 등장하고, 트로이 베이커가 연기하는 새로운 빌런 ‘프레지던트’까지, 캐스팅만으로도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바다를 건너는 배달의 맛
전작에서 사막과 눈산을 넘던 그 발걸음이 이번엔 파도와 모래사장을 가릅니다.
해변 특유의 젖은 모래는 발이 푹푹 빠져서 이동이 더 힘들어졌고, 파도에 떠밀리면 화물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 추가된 ‘플로터 보드’와 ‘서핑 제트’ 같은 장비 덕분에 물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무게 중심을 잡는 게 핵심입니다.
BT는 이제 바다에서도 나타나는데, 검은 타르가 출렁이는 해저에서 올라오는 모습은 정말 소름 돋습니다.
전투도 한층 화끈해졌어요. 전작의 끈으로 묶고 피 던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총기와 근접 무기가 다양해졌고, 심지어 드론을 조종해 폭격까지 가능합니다.
사람 냄새 나는 사이드 스토리
코지마 특유의 ‘편지 배달’ 미션은 여전히 감동 그 자체입니다.
멕시코 국경 근처의 폐허가 된 마을에 사는 할머니가 죽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폐유조선에서 홀로 살아남은 선원이 부탁하는 ‘마지막 라디오 송출’.
이런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메인 스토리를 압도할 정도로 울림이 큽니다.
특히 챕터 7에서 만나는 ‘타르 벨루가’라는 고래형 BT와의 교감 장면은 플레이 내내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 영화 그 이상
PS5 프로 기준으로 4K 60프레임이 기본이고, 레이트레이싱을 켜면 해변의 젖은 모래알 하나하나까지 반사됩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바람에 날리는 모래알 소리, 샘의 숨소리까지 전부 바이노럴로 녹음돼서 헤드폰 끼고 하면 진짜 현장에 있는 느낌입니다.
노먼 리더스, 레아 세이두, 매즈 미켈슨은 물론 엘르 패닝, 시얼샤 로넌까지 할리우드 배우들이 총출동했고, 모션 캡처 퀄리티가 전작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길이가 문제입니다. 메인 스토리만 해도 50시간이 훌쩍 넘고, 사이드까지 다 하면 100시간도 부족합니다.
중간중간 30분 넘게 이어지는 컷신은 몰입을 깨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예요.
배달 루트 최적화가 여전히 불편하고, 화물 관리 스트레스가 여전합니다.
온라인 기능인 ‘스트랜드 시스템’도 전작만큼 활발하지 않아서 공유 구조물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이 게임을 즐길 사람 vs 즐기기 어려운 사람
별점: ★★★★☆ (4.5/5)
메타크리틱 89점 반영
이 게임은 분명 모두를 위한 게임은 아닙니다.
걷는 걸 좋아하고, 풍경 보며 사색하는 걸 즐기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인생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액션 중심의 빠른 전개, 명쾌한 보상 시스템을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답답함을 느낄 겁니다.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코지마 히데오라는 작가가 쓴 긴 편지 같은 작품입니다.
바다를 건너는 동안 느껴지는 고독과 따뜻함,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의 먹먹함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그 편지를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샘의 배낭을 메고 해변으로 나서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