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더월드 커버넌트(Netherworld Covenant), 죽은 전우의 영혼과 함께 싸우는 소울라이크 로그라이크의 진수

죽은 전우의 영혼을 등에 업고 다시 한번 검을 뽑아 든다는 설정만으로도 벌써 심상치 않은 각오가 느껴지는 게임이 있습니다. 네더월드 커버넌트는 전장에서 스러진 이름 없는 전사가 이계와 현세를 잇는 네더 랜턴을 손에 쥐고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의 영혼과 계약을 맺어 함께 싸워나가는 다크 판타지 소울라이크 로그라이크입니다.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는 요즘 쏟아지는 수많은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 중 하나겠거니 생각했는데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정밀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묵직한 전투감과 영혼 동료 시스템이 어우러지며 확실히 제 나름의 색깔을 갖춘 작품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지난해 12월 정식 출시와 함께 다섯 개의 신규 직업과 새로운 무기까지 대거 추가되며 콘텐츠 볼륨도 크게 불어났습니다. 오늘은 네더월드 커버넌트가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시험에 들게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여러 시간을 투자하며 느낀 장단점까지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정밀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묵직한 전투의 손맛

네더월드 커버넌트의 전투는 화려한 콤보나 물량 공세보다 정확한 타이밍과 위치 선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회피와 패링을 적절한 순간에 사용해야 하고 잘못된 자리에 서 있다가는 언데드의 발톱이나 화살 세례에 순식간에 체력이 깎여나갑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냥 버튼을 연타하며 밀어붙이려다가 초반 보스에게 몇 번이고 나가떨어졌는데 공격 패턴을 관찰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패링을 넣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게임이 의도한 리듬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한 방어와 회피가 곧 반격의 기회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히 무기를 휘두르는 것 이상의 전략적 사고가 요구됩니다. 무기 종류도 다양해서 묵직한 힘을 앞세우는 대검부터 거리와 위치 선정이 핵심인 활과 지팡이까지 서로 완전히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제공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원거리에서 거리를 벌리며 싸우는 방식을 선호해서 활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다만 이런 정밀함을 요구하는 전투 설계 때문에 초반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게 느껴질 수 있는데 게임 자체가 튜토리얼이나 안내를 세세하게 제공하지 않는 편이라 처음 몇 시간은 죽음을 거듭하며 스스로 시스템을 체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난이도를 조금 높여서 플레이할 때 오히려 전투의 재미가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기본 난이도로 플레이했을 때는 적이 공격해오기를 기다렸다가 반격하는 패턴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반면 난이도를 올리면 구르고 파고들고 베어내는 긴장감 있는 리듬이 비로소 제대로 살아났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저는 이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도 기본 난이도보다 한 단계 높여서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죽은 전우의 영혼과 맺는 계약이라는 독특한 발상

이 게임의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 커버넌트 즉 계약 시스템은 네더월드 커버넌트를 다른 로그라이크와 구별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네더 랜턴을 통해 검사 궁수 수호자 도적이라는 네 종류의 영혼 동료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데 각 영혼은 저마다 독특한 능력을 제공합니다. 어떤 영혼은 장애물을 통과하는 위상 이동 능력을 주고 또 어떤 영혼은 이계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 적을 기습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보조합니다. 저는 특히 치명적인 일격을 회피하며 차원을 넘나드는 영혼과 계약했을 때 궁지에 몰린 전투를 극적으로 뒤집었던 순간이 인상 깊었는데 이런 상황 반전의 손맛이야말로 이 게임이 주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영혼 동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로 플레이해도 계약한 영혼이 다르면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단순히 강한 무기를 찾는 것을 넘어 자신의 전투 스타일에 맞는 영혼을 발굴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목표가 됩니다. 게다가 영혼과의 계약은 단순히 스킬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전투의 기본 리듬 자체를 바꿔놓기 때문에 같은 무기를 들고 있어도 어떤 영혼과 함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플레이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 런을 반복하면서 네 가지 영혼을 모두 시도해봤는데 그중에서도 이계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와 적을 기습하는 방식의 영혼이 가장 손에 맞았고 이후로는 이 조합을 중심으로 나머지 빌드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빌드를 짜는 재미와 확장된 캐릭터 로스터

정식 출시와 함께 광전사 마법사 사냥꾼 방패병 등 다섯 종의 새로운 조작 가능 캐릭터가 추가되면서 빌드의 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습니다. 각 캐릭터는 시작부터 서로 다른 전투 감각을 제공하는데 초반부터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와 광전사만 해도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전투에 접근하게 만듭니다. 특히 어려운 결투에서 승리하면 새로운 캐릭터를 해금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어서 단순히 재화를 모아 캐릭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도 성취감을 더해주는 요소였습니다. 런을 진행하며 얻는 유물과 오라를 조합해 자신만의 빌드를 완성해가는 과정은 이 장르의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요소입니다. 방패에 반사 피해 속성을 부여하거나 단검에 중독 효과를 더해 거대한 적을 상대하는 등 런 도중에도 장비를 유연하게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런 사이사이에는 흑요석이라는 영구 재화를 이용해 새로운 무기와 능력 그리고 캐릭터까지 해금할 수 있어서 죽더라도 완전히 빈손으로 돌아가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밸런스가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특정 유물 전략이 맞아떨어지면 압도적으로 강력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조합은 눈에 띄게 약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어서 이 부분은 아직 다듬어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실패한 런에서 얻은 흑요석을 차곡차곡 모아 다음 도전에서는 조금 더 유리한 상태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죽음이 곧 완전한 손해가 아니라 다음 시도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로그라이크 본연의 재미를 잘 살리고 있었습니다. 대장간에서 발견한 설계도를 활용해 장기적으로 장비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도 게임을 오래 붙잡고 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절망적인 세계관과 다소 아쉬운 서사

네더월드 커버넌트의 배경은 악마에게 물든 심연의 세계 랑귀레그입니다. 주인공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고 네더월드에서 눈을 뜬 뒤 랜턴을 든 자로서 쓰러진 동료들의 영혼을 해방시키고 악을 물리치기 위한 여정에 나서게 됩니다. 설정 자체는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상당히 단출한 편입니다. 로그라이크 장르 특성상 서사보다는 전투와 성장 시스템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플레이하면서도 스토리 때문에 몰입했다기보다는 전투 자체의 손맛 때문에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게임 곳곳에 흩어진 설정 조각들을 통해 랑귀레그가 어쩌다 이런 저주받은 땅이 되었는지를 서서히 알아가는 재미는 분명 존재했고 이 정도의 배경 서사만으로도 반복되는 던전 탐험에 최소한의 목적의식을 부여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컷신이나 대사량으로 승부하기보다 음울한 배경음악과 황폐한 환경 디자인만으로 세계관의 절망감을 전달하려는 절제된 연출 방식이 오히려 이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네더월드 커버넌트는 확실한 매력을 가진 게임이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크게 느껴진 문제는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점입니다. 한 번의 런이 꽤 오랜 시간을 요구하고 캐릭터의 이동과 동작 자체도 신중하게 설계되어 있다 보니 낮은 난이도로 플레이할 때는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반대로 난이도를 살짝 높여 플레이했을 때 비로소 이 게임이 의도한 구르고 돌진하고 베고 물러서는 긴장감 있는 리듬이 살아났는데 이는 뒤집어 말하면 게임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난이도 설정 자체가 다소 애매하게 조율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절차적으로 생성되는 미로 구조가 매번 신선함을 주기는 하지만 장시간 플레이하다 보면 시각적으로 비슷한 공간이 반복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초심자를 위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인데 패링과 회피 타이밍 같은 핵심 시스템을 스스로 부딪혀가며 익혀야 하는 구조라 진입 장벽이 낮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낮은 난이도에서 사운드나 이펙트의 타격감이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저 역시 특정 무기를 사용할 때 원소 효과의 이펙트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손맛이 반감되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네더월드 커버넌트를 플레이하고 나서 느낀 점

네더월드 커버넌트는 화려함보다 정밀함을 택한 소울라이크 로그라이크입니다. 버튼을 마구 눌러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적의 패턴을 읽고 정확한 타이밍에 반격해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전투 설계는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스러울 완성도를 갖췄습니다. 영혼 동료와 계약을 맺어 전투 스타일을 확장해나가는 시스템 역시 다른 로그라이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신선한 발상이었고 다양한 캐릭터와 무기 조합이 주는 빌드의 재미도 상당했습니다. 다만 서사는 다소 평면적이고 밸런스는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으며 느린 진행 속도와 부족한 초심자 안내는 사람에 따라 확실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며 한 걸음씩 성장하는 과정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플레이어라면 네더월드 커버넌트는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하드코어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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