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ISLANDERS New Shores), 아무 생각 없이 섬을 채우다가 밤을 새우게 되는 이유

퇴근하고 나서 머리를 완전히 비우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게임이 있습니다.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이 바로 그런 게임입니다. 텅 빈 섬 위에 건물 몇 개를 올려놓는 것만으로 시작되는 이 게임은 화려한 스토리도 없고 적도 없고 실패해도 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한 번 시작하면 어느새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전작 아일랜더스가 미니멀리즘 도시 건설 장르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이후 그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받은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은 더 많은 생물군계와 더 정교해진 점수 시스템 그리고 샌드박스 모드까지 갖추며 팬들을 다시 섬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전작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기억을 안고 이번 신작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기대를 충분히 채워준 작품이었습니다. 오늘은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몰입시키는지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하며 느낀 아쉬운 점까지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건물을 놓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고민하게 될까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의 게임플레이는 단순합니다. 무작위로 생성된 섬 위에 주어진 건물을 원하는 위치에 배치하고 점수를 쌓으면 됩니다. 문제는 이 단순함 속에 숨어 있는 배치의 미학입니다. 집 한 채는 그 자체로 기본 점수를 주지만 근처에 다른 집이나 특정 시설이 있으면 추가 점수가 붙습니다. 반대로 풍차 같은 건물은 농경지 근처에서는 점수를 얻지만 공장 옆에 놓으면 오히려 감점을 받는 식으로 건물 간의 궁합이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건물을 채우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플레이해보니 어느 위치가 최적인지 계속 저울질하게 되는 은근한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특히 서커스를 주택가 근처에 두면 큰 점수를 얻지만 교회 옆에 두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식의 디테일한 조합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과정 자체가 이 게임의 진짜 재미였습니다. 건물이 놓일 수 있는 판정 범위가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 있어서 살짝만 위치를 옮겨도 점수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 미묘한 차이를 맞춰나가는 손맛이 생각보다 짜릿했습니다. 게다가 한 섬에서 얻을 수 있는 건물 종류가 무한하지 않고 목표 점수를 달성할 때마다 새로운 건물 묶음이 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금 가진 자원 안에서 최선의 배치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은근히 작용했습니다. 이미 놓은 건물을 무를 수 있는 되돌리기 기능이 있긴 하지만 이를 아끼는 것 자체가 최종 점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설계되어 있어서 신중하게 배치할수록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섯 개의 생물군계와 다양해진 섬들이 주는 신선함

전작과 비교했을 때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섬의 다양성입니다. 화산지대부터 툰드라까지 여섯 가지 생물군계가 준비되어 있고 오십 개에 달하는 섬 생성기가 매번 조금씩 다른 지형을 만들어냅니다. 예전에는 섬을 클리어하면 무작위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몇 가지 후보 중 원하는 다음 섬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이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게임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았는데 단순히 다음 목적지를 고르는 것을 넘어서 어떤 새로운 건물을 먼저 만나고 싶은지 스스로 전략을 세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일부 섬은 점수가 오를수록 바다에서 새로운 땅이 솟아오르는 식으로 지형 자체가 변화하기도 해서 매번 같은 패턴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특히 눈 덮인 지형에서 농업 관련 건물의 활용이 제한되는 대신 다른 방식의 득점 전략을 짜야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데 생물군계마다 시각적인 차이뿐 아니라 실질적인 전략의 변화도 함께 느껴져서 반복 플레이에도 크게 질리지 않았습니다. 건물마다 네 가지 색상 변형이 존재한다는 점도 은근히 재미있는 요소였는데 단순히 미관을 꾸미는 용도를 넘어서 같은 색상의 건물을 몰아서 배치했을 때 추가 점수를 받는 경우가 있어서 색상 선택조차 하나의 전략이 되었습니다. 섬마다 부여되는 고유한 속성 역시 매 판을 다르게 만드는 요소였는데 어떤 섬은 해안선을 따라 건물을 놓을 때 유리하고 또 어떤 섬은 섬 중심부에 밀집시켜야 이득을 보는 식으로 지형 자체가 배치 전략에 개입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부스터라는 새로운 변수가 만들어내는 전략의 재미

이번 신작에서 새롭게 추가된 부스터 시스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특정 점수 구간에 도달하면 두 가지 부스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부스터는 건물의 속성을 바꾸거나 추가적인 동식물을 소환하거나 심지어 막힌 상황에서 섬을 통째로 건너뛸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스터는 위습이라는 불꽃 정령이었는데 건물 사이를 통통 튀어 다니며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 점수를 쌓아주는 방식이 마치 작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듯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이 부스터 덕분에 단순히 최적의 위치를 찾아 건물을 놓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언제 어떤 부스터를 사용할지 타이밍을 계산하는 재미가 추가되었습니다. 처음 몇 판은 부스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을 못 잡아서 그냥 아무 때나 써버렸는데 나중에는 특정 건물 조합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아껴뒀다가 몰아서 쓰는 식으로 전략을 세우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확실히 늘었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부스터의 종류도 상당히 다양해서 특정 건물의 감점 요소를 없애주는 것부터 주변에 동식물을 소환해 새로운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까지 매번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순간마다 짧지만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수 걱정 없이 마음껏 짓는 샌드박스 모드의 매력

고득점 모드가 이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담당한다면 샌드박스 모드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샌드박스에서는 섬의 크기와 모양 생물군계까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고 모든 건물을 처음부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점수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중력을 무시하고 절벽 위에 등대를 띄우거나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을 억지로 조합해보는 등 순수하게 미적인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득점 모드로 한 판을 끝낸 뒤 그 결과물을 샌드박스로 불러와서 다듬어보는 방식을 즐겨 사용했는데 점수 계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배치를 바꿔볼 수 있다는 점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사진 모드와 결합하면 이 재미는 배가 되는데 필터와 회전 카메라를 활용해 자신이 만든 섬을 마치 엽서처럼 찍어볼 수 있어서 완성된 섬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다만 조작감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컨트롤러로 플레이할 때는 건물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스냅 기능이 뜻대로 작동하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반대로 마우스와 키보드로 플레이했을 때는 이런 불편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어떤 환경에서 플레이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정밀한 배치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피시 환경을 조금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트위치 연동 기능도 새롭게 추가되었는데 스트리머라면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건물 배치에 투표하거나 부스터 선택에 개입할 수 있어서 단순히 혼자 즐기는 게임을 넘어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였습니다.

반복되다 보면 느껴지는 아쉬움도 분명 존재한다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은 분명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장시간 플레이하다 보면 아쉬운 지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초반 몇 시간 동안은 매 순간이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지만 어떤 건물이 어떤 건물과 궁합이 좋은지 파악하고 나면 이후로는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게 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생물군계에 따른 지형 차이는 신선하지만 근본적인 게임의 목표나 도전 방식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서른 개 마흔 개의 섬을 연이어 플레이하다 보면 다소 루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또한 정밀한 위치 조정을 요구하는 판정 시스템이 마우스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콘솔 패드로는 미묘하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배경 음악 또한 칠십오 분 분량으로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장시간 플레이하다 보면 같은 트랙이 반복되는 구간이 종종 느껴졌고 이 부분은 볼륨을 낮추고 다른 음악을 틀어놓고 플레이하는 편이 오히려 나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단점들이 게임 전체의 즐거움을 크게 훼손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부담 없이 짧게 즐기다가 끄고 다시 켜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 구조 덕분에 스팀덱 같은 휴대용 기기에서 틈틈이 즐기기에는 오히려 이상적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을 플레이하고 나서 느낀 점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은 화려한 전투나 극적인 스토리 없이도 충분히 사람을 몰입시킬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게임입니다. 단순한 배치 퍼즐처럼 보이지만 건물 간의 궁합을 파악하고 점수를 극대화하는 과정에는 생각보다 깊은 전략성이 숨어 있었고 여섯 개의 생물군계와 부스터 시스템은 전작보다 한층 풍성해진 경험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다만 게임의 패턴을 완전히 파악한 이후로는 반복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패드 조작에서의 정밀도 문제는 콘솔 플레이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스트레스 없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싶을 때 이만한 선택지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잠들기 전 삼십 분만 하려다가 어느새 새벽까지 섬을 채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건 아일랜더스 새로운 해안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해낸 증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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