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던 평화로운 일상이 단 하루 만에 피비린내 나는 지옥으로 변해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에 기괴한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죽은 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두려움과 생존을 향한 처절한 사투를 완벽하게 그려낸 명작이 있습니다.
지옥으로 변해버린 라쿤시티와 두 주인공의 예기치 못한 만남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평화롭고 한적한 기업 도시 라쿤시티는 세계적인 거대 제약회사 엄브렐러의 본거지이기도 합니다. 엄브렐러는 겉으로는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하는 기업처럼 보였지만 지하 깊은 곳에 거대한 연구 시설을 짓고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인 티 바이러스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구소 내부의 권력 암투와 사고로 인해 바이러스가 지상으로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바이러스는 식수를 통해 도시 전체로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평범한 시민들은 순식간에 이성을 잃고 사람의 살점을 뜯어먹는 좀비로 변해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도시는 통제 불능의 지옥으로 변했고 정부는 도시를 전면 봉쇄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비극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두 명의 이방인이 라쿤시티의 경계선에 들어섭니다. 한 명은 라쿤시티 경찰서로 첫 발령을 받고 부임하던 신임 경찰관 레온 에스 켄네디였고 다른 한 명은 행방불명된 오빠 크리스를 찾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로 진입한 여대생 클레어 레드필드였습니다. 이들은 도시 외곽의 한 주유소에서 사람의 살점을 뜯어먹는 좀비들과 처음으로 조우하며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구해낸 레온과 클레어는 경찰차를 타고 필사적으로 도심을 향해 도망치지만 불의의 차량 폭발 사고로 인해 서로 분리되고 맙니다. 두 사람은 잠시 후 도시에서 가장 안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라쿤시티 경찰서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각자 좀비가 들끓는 거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고립된 경찰서의 감춰진 비밀과 사방에서 조여오는 죽음의 그림자
우여곡절 끝에 레온과 클레어는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는 라쿤시티 경찰서에 각각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피소 역할을 해야 할 경찰서는 이미 좀비들에게 점령당해 피비린내 나는 도살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소수의 경찰관들도 이미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거나 좀비의 습격을 받아 차례대로 목숨을 잃어가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서는 과거 미술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한 곳이었기 때문에 구조가 매우 복잡했고 구석구석에 기괴한 장식과 비밀 통로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주인공들은 건물 내부를 탐색하며 좀비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문을 열기 위한 다양한 열쇠와 메달을 수집하는 퍼즐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엄브렐러가 라쿤시티 경찰서장인 브라이언 아이언스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며 자신들의 불법 바이러스 연구를 은폐해 왔다는 충격적인 부패의 고리를 발견합니다. 경찰서장은 좀비 사태가 터지자 미쳐버려 생존자들을 방해하고 수집품에 집착하는 광기를 보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벽을 부수며 나타난 거대한 괴물이 주인공들의 뒤를 쫓기 시작합니다. 그 괴물은 엄브렐러가 바이러스 유출의 증거를 인멸하고 생존자들을 말살하기 위해 투하한 인간형 생물학 무기 타이라인 T-103이었습니다. 묵직한 발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추격해 오는 타이라인 때문에 경찰서는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닌 거대한 함정이 되어 주인공들의 숨통을 조여왔습니다.
음모를 품은 여인 에이디 웡과 지하 실험실의 진실
경찰서 지하를 수색하던 레온은 자신을 연방 수사관이라고 소개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성 에이다 웡과 조우합니다. 에이다는 이번 좀비 사태의 원인인 엄브렐러의 범죄를 조사하고 바이러스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 잠입했다고 주장하며 레온에게 협조를 요청합니다. 레온은 정의감에 불타 그녀를 도와 도시의 지하 하수도로 향하게 됩니다. 하수도는 이미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해 거대하게 변해버린 돌연변이 악어와 오염된 괴물들이 가득한 위험구역이었습니다. 에이다와 함께 하수도 깊은 곳으로 이동하던 레온은 엄브렐러의 천재 과학자이자 티 바이러스를 개량하여 더욱 강력한 지 바이러스를 개발한 윌리엄 버킨 박사의 아내인 아네트 버킨과 마주칩니다. 아네트는 에이다가 수사관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훔치기 위해 파견된 산업 스파이라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진실 공방 속에서 아네트의 공격으로 레온이 정신을 잃자 에이다는 홀로 아네트를 추격하다가 윌리엄 버킨이 변해버린 괴물의 습격을 받아 큰 부상을 입고 지하 구조물에 갇히게 됩니다. 레온은 정신을 차린 후 부상당한 에이다를 구출하고 그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품은 채 엄브렐러의 핵심 심장부인 지하 거대 연구소 네스트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잃어버린 아이 셰리와 가문의 비극적인 유산
같은 시각 클레어는 경찰서 내부를 탐색하던 중 공포에 질려 숨어있던 어린 소녀 셰리 버킨을 발견합니다. 셰리는 바로 윌리엄 버킨과 아네트 버킨의 친딸이었습니다. 클레어는 홀로 남겨진 셰리를 보호하며 경찰서를 탈출하려 하지만 탐욕스럽고 미쳐버린 경찰서장 브라이언 아이언스에게 셰리를 납치당하는 위기를 겪습니다. 서장은 셰리가 매고 있는 펜던트를 탐내어 그녀를 고아원으로 끌고 갔고 클레어는 셰리를 구하기 위해 좀비들이 가득한 거리를 가로질러 고아원으로 향합니다. 고아원에 도착했을 때 서장은 이미 윌리엄 버킨이 변이한 괴물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상태였습니다. 윌리엄 버킨은 연구를 가로채려는 엄브렐러 특수부대의 습격을 받자 죽기 직전 자신에게 지 바이러스를 주입했고 이성을 잃은 거대 괴물로 변해버린 것이었습니다. 괴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친딸인 셰리를 집요하게 추격하여 결국 그녀의 몸에 유충을 심어버립니다. 셰리가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지자 클레어는 아이를 살릴 치료제를 찾기 위해 아네트의 안내를 받아 지하 하수도를 거쳐 엄브렐러의 네스트 연구소로 향하게 됩니다. 소녀를 구하기 위한 여대생의 처절한 여정은 괴물로 변한 아버지와의 잔혹한 대립으로 이어집니다.
하얀 실험실 네스트의 붕괴와 한계에 다다른 사투
두 주인공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도달한 지하 연구소 네스트는 지상의 참상과 달리 차갑고 청결한 백색의 첨단 시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 역시 바이러스의 오염에서 안전하지 못했고 식물과 융합한 기괴한 좀비들이 복도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레온은 에이다를 살리기 위해 연구소 깊은 곳에서 지 바이러스 샘플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아네트의 총구와 마주합니다. 그 순간 부서진 벽 사이로 에이다가 나타나 본색을 드러내며 레온에게 바이러스 샘플을 넘길 것을 요구합니다. 레온은 그녀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배신감에 괴로워하지만 연구소의 자폭 장치가 가동되면서 바닥이 무너져 내려 대치 상황은 파국을 맞이합니다. 한편 클레어는 연구소의 배양실에서 셰리를 치료할 백신을 찾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백신을 투여하려는 순간 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거대한 눈이 온몸에 돋아나고 기형적으로 진화한 윌리엄 버킨이 다시 나타나 방을 가로막습니다. 클레어는 셰리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화염방사기와 그레네이드 런처를 동원해 한계에 다다른 전투를 벌입니다. 처절한 사투 끝에 윌리엄 버킨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한 클레어는 아네트의 마지막 유언을 뒤로하고 셰리를 안은 채 탈출용 하부 열차 승강장으로 질주합니다.
무너지는 지옥에서의 대탈출과 새로운 새벽의 시작
연구소의 자폭 카운트다운이 마침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며 시설 전체가 화염과 폭발에 휩싸이기 시작합니다. 레온은 무너지는 통로를 통과해 탈출용 열차가 있는 승강장으로 내려가지만 그의 앞을 질기게 살아남은 타이라인이 가로막습니다. 타이라인은 폭발의 열기로 인해 구속구가 해제되면서 거대한 오른손 칼날을 드러낸 슈퍼 타이라인으로 진화한 상태였습니다. 레온은 좁은 승강장에서 괴물의 돌진을 피하며 필사적인 사투를 벌입니다. 좀처럼 타격을 입지 않던 괴물 앞에 의문의 여성이 떨어뜨려 준 대전차 로켓포가 나타나고 레온은 이를 주워 괴물의 상체를 날려버리며 마침내 추격을 끝냅니다. 레온이 열차에 탑승하자 이미 그곳에는 클레어와 백신을 맞고 회복된 셰리가 먼저 도착해 열차를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열차 뒷동량에서 거대한 진동이 발생합니다. 수없이 많은 변이를 거쳐 거대한 고기덩어리와 이빨만 남은 최종 형태의 윌리엄 버킨이 열차를 통째로 삼키기 위해 매달린 것이었습니다. 레온과 클레어는 열차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고 괴물을 불타오르는 네스트 연구소와 함께 폭발의 불길 속에 영원히 매장해 버립니다. 열차는 마침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라쿤시티 외곽의 황량한 도로 위로 올라섭니다. 붉게 타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레온과 클레어 그리고 셰리는 마침내 긴 악몽에서 깨어나 살아남았음을 실감하고 서로를 의지한 채 새로운 생존의 길을 떠납니다.
메타크리틱 점수로 보는 객관적 가치와 현실적인 총평
바이오하자드 RE2의 메타크리틱 점수는 89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준에 맞춰 평가하자면 별점 4개에 달하는 매우 훌륭한 명작입니다. 점수가 증명하듯 이 게임은 클래식 원작의 공포와 긴장감을 현대적인 기술력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했습니다. RE 엔진을 활용한 사실적인 그래픽은 어두운 복도와 좀비의 살점을 기괴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여 플레이어에게 압도적인 시각적 공포를 선사합니다. 한정된 인벤토리와 부족한 탄약 속에서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서바이벌 시스템의 완성도가 매우 높으며 끊임없이 압박해 오는 타이라인의 존재는 공포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단점도 존재합니다. 레온과 클레어라는 두 개의 시나리오를 제공하지만 동선과 퍼즐의 많은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이회차 플레이 시 다소 반복적이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원작에 존재했던 두 주인공 간의 정교한 상호작용 시스템이 간소화되어 두 시나리오 간의 스토리적 개연성이 완벽하게 맞물리지 않는 아쉬움도 남깁니다. 길 찾기와 퍼즐 요소가 다소 직관적이지 않아 초보 유저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좀비 서바이벌과 정통 공포 장르를 선호하는 유저에게는 인생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반복 플레이를 싫어하거나 과도한 고어 연출에 거부감이 있는 유저에게는 다소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