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강철 로봇이 전장을 누비며 포화를 내뿜는 장면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만듭니다. 워본 어보브 애쉬즈는 이러한 메카닉의 로망을 턴제 전략이라는 틀 안에 정교하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황폐해진 우주와 행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지휘관들의 고뇌와 치열한 전술 싸움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유저들을 매료시킵니다.
네 개의 진영이 얽히고설킨 거대한 태양계의 운명
워본 어보브 애쉬즈의 세계관은 인류가 지구를 떠나 태양계 전역으로 진출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류는 여러 행성에 정착하며 번영을 누리는 듯했으나 자원 부족과 이념의 차이로 인해 결국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 전쟁의 중심에는 가변형 전투 슈트인 VCS가 있으며 이를 조종하는 파일럿들이 전장의 주역으로 등장합니다. 게임은 크게 네 개의 주요 진영인 오랜드, 노베로스, 세룰리안, 노매드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며 전쟁의 참혹함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가장 먼저 조명되는 오랜드 연맹은 평화와 질서를 수호하려는 집단으로 묘사됩니다. 주인공 루엘라는 오랜드의 촉망받는 지휘관으로 자신의 고향을 침공한 적대 세력에 맞서 처절한 방어전을 펼칩니다. 그녀는 전쟁 초기에는 단순히 명령에 따르는 군인이었으나 전우들의 죽음과 파괴되는 도시를 보며 전쟁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오랜드의 스토리는 침략에 맞서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며 서사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집니다. 반면 노베로스 연방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태양계의 통합을 꿈꾸는 팽창주의적 성격을 띱니다. 그들은 질서라는 명목하에 타 행성을 압박하며 자신들의 정의를 강요합니다. 노베로스의 시점에서는 효율성과 승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냉혹한 군사 작전이 주를 이루며 독재와 통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세룰리안 공화국은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진영으로 전쟁을 기술 발전의 기회로 삼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조작하는 등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들은 전면전보다는 특수 부대를 활용한 공작과 첨단 무기 테스트에 집중하며 전쟁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노매드는 정착하지 못하고 우주를 떠도는 용병과 부랑자들의 집단입니다. 그들은 돈을 위해 싸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국가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생존 방식을 관철하며 전쟁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줍니다. 이 네 진영의 이야기는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거대한 연대기를 형성합니다.
변혁의 불꽃과 전쟁의 끝을 향한 처절한 사투
게임 중반부에 접어들면 각 진영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단순히 영토를 뺏고 빼앗는 수준을 넘어 태양계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비밀 병기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루엘라를 비롯한 각 진영의 핵심 인물들은 전장에서 서로의 검을 맞대며 때로는 적대하고 때로는 기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특히 루엘라가 노베로스의 에이스 파일럿과 격돌하며 나누는 대화는 이념의 대립이 낳은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각자의 정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생은 플레이어에게 묵직한 감동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전쟁의 종반부에서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흑막의 존재가 부각됩니다. 전쟁을 막후에서 조종하며 인류의 공멸을 획책하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서로 총구르 겨누던 진영들은 일시적인 휴전이나 동맹을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년간 쌓인 증오와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신과 반전은 극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립니다. 루엘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군 수뇌부의 부당한 명령에 불복종하기도 하고 진정한 평화를 위해 적이었던 이들과 손을 잡는 결단을 내립니다.
최종 결전은 태양계의 운명을 결정지을 거대한 우주 요새에서 펼쳐집니다. 각 진영에서 살아남은 영웅들이 집결하여 인류를 위협하는 최종 병기에 맞서는 장면은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격렬한 전투 끝에 승리하지만 그 결과는 완전한 평화가 아닌 상처뿐인 영광으로 그려집니다. 전쟁이 끝난 후 폐허가 된 행성에서 루엘라가 하늘을 바라보며 내뱉는 독백은 전쟁의 허무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희망을 노래하며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이 3,000자에 달하는 방대한 스토리는 단순한 턴제 전투의 반복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핵심적인 장치로 작용합니다.
육각형 타일 위에서 펼쳐지는 치밀한 전술의 묘미
워본 어보브 애쉬즈는 육각형 타일로 구성된 맵에서 유닛을 배치하고 이동시키는 클래식한 턴제 전략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매 턴 주어지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새로운 유닛을 생산하거나 기존 유닛의 능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각 VCS는 저마다 고유한 무장과 특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지형지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성패가 갈립니다. 예를 들어 산악 지형에서는 방어력이 상승하지만 이동력이 제한되고 숲 지형에서는 시야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휘관 유닛의 존재는 전술의 핵심입니다. 지휘관은 강력한 전용기를 탑승하며 아군 전체에 버프를 주거나 강력한 광역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특수 스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스킬들은 게이지를 모아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해야 하므로 전황을 읽는 눈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닛 간의 상성 체계도 뚜렷하여 근접 공격 유닛, 원거리 저격 유닛, 지원용 유닛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단순히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다음 수를 예측하고 함정을 파는 등의 심리전 요소가 가미되어 전략 게임 본연의 즐거움을 충실히 전달합니다.
클래식한 감성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시각적 연출
이 게임의 비주얼은 9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지향합니다. 이는 메카닉 장르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전투 발생 시 출력되는 컷신은 유닛의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로봇들이 변형하거나 강력한 필살기를 사용할 때의 효과음과 시각 효과는 타격감을 높여주며 전장의 박진감을 배가시킵니다.
인터페이스 역시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복잡한 수치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습니다. 각 행성마다 다른 환경적 특징을 살린 배경 그래픽은 플레이어가 실제로 우주 전장을 누비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화려한 3D 그래픽은 아니지만 특유의 아트 스타일을 통해 워본 어보브 애쉬즈만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음악 또한 비장미 넘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긴박한 전자음이 조화를 이루어 서사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워본 어보브 애쉬즈 종합 평가 및 장단점 분석
워본 어보브 애쉬즈는 메카닉 전략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입니다. 메타크리틱 점수가 70점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대중적인 메가 히트작은 아니더라도 장르적 팬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점은 3개를 부여합니다. 70점대 게임은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수작이지만 일반 유저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수준임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장점으로는 깊이 있는 시나리오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을 꼽을 수 있습니다. 네 진영의 입장을 모두 경험하며 전쟁의 입체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은 큰 강점입니다. 또한 유닛 간의 상성과 지형 활용이 강조된 전략적 깊이는 턴제 게임 매니아들에게 만족감을 줍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미션의 구성이 다소 반복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적 AI의 행동 패턴이 단조로워 특정 전술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유닛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아 중장기적인 플레이 시 신선함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별점: ★★★☆☆ (3/5) 사유: 메타크리틱 70점대 중반의 점수를 고려하여 장르적 재미는 확실하나 반복적인 구성과 AI 한계로 인해 대중적인 만점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메카닉 전략 팬들에게 전하는 솔직한 추천 가이드
워본 어보브 애쉬즈는 분명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 슈퍼로봇대전이나 기렌의 야망 같은 고전 메카닉 전략 게임에 향수가 있는 유저라면 이 게임은 훌륭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서사가 주는 묵직한 힘과 유닛을 한 땀 한 땀 움직이며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긴 플레이 타임이 아깝지 않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빠른 템포의 액션이나 최신 기술력이 집약된 화려한 그래픽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이 게임의 정적인 진행 방식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전략 게임 특유의 진입 장벽이 낮지 않아 초반 시스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차분하게 전술을 구상하고 긴 호흡의 이야기를 즐기는 편이라면 강력히 추천하지만 즉각적인 재미와 피지컬 중심의 게임을 선호한다면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본 어보브 애쉬즈는 분명한 색깔을 가진 게임이며 그 색깔이 자신과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