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슈리마의 사막 아래에는 잊혀진 제국의 영광과 함께 피로 얼룩진 형제의 비극이 잠들어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에서 가장 장대한 서사시 중 하나인 아지르와 제라스의 이야기는 단순한 선악의 대결이 아닙니다. 이것은 신분 제도의 굴레 속에서 피어난 우정이 어떻게 집착과 오해로 변질되었는지 그리고 한순간의 선택이 어떻게 위대했던 제국을 멸망으로 이끌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역사 드라마입니다. 노예로 태어나 자유를 갈망했던 소년과 황제로 태어나 세상을 바꾸려 했던 또 다른 소년의 엇갈린 운명은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까지도 소환사의 협곡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모래 먼지 속에 감춰진 슈리마의 진실을 파헤치고 두 초월적 존재가 겪어야 했던 운명의 소용돌이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름 없는 노예 소년과 버림받은 황태자의 만남
이야기는 수천 년 전 고대 슈리마 제국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슈리마는 룬테라 대륙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강력한 제국이었지만 그 번영의 이면에는 가혹한 노예 제도가 존재했습니다. 훗날 제라스라 불리게 될 소년은 이름조차 없는 노예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삶은 채찍과 굶주림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나서스 관장의 대도서관에서 우연히 한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황제의 막내아들인 아지르였습니다. 아지르는 형제들에게 밀려 황위 계승과는 거리가 멀었고 학구적이고 유약한 성격 탓에 아버지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신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지만 두 소년은 고대 언어와 역사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아지르가 형제들의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노예 소년은 그를 지켜주었고 아지르는 그런 소년에게 제라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고대 슈리마어로 나누어 주는 자라는 뜻을 가진 이 이름은 노예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고귀한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도서관의 깊은 곳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형제 이상의 우정을 쌓았습니다. 어느 날 밤 아지르는 제라스에게 맹세했습니다. 언젠가 자신이 황제가 된다면 반드시 제라스를 형제로 인정하고 슈리마의 모든 노예를 해방하겠다고 말입니다. 이 약속은 제라스에게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이자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림자 속의 조력자와 뒤틀린 야망의 시작
세월이 흐르며 아지르와 제라스의 운명은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황실 행렬이 암살자의 습격을 받았을 때 제라스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지르를 구해냈지만 아지르의 형제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유일한 황위 계승자가 된 아지르는 제라스의 보좌를 받으며 황태자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제라스의 내면은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지르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정적들을 제거하고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암살하는 등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는 어둠의 마법에 손을 대며 자신의 힘을 키워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라스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아지르가 황제의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노예 해방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지르는 제국을 장악하고 귀족들의 반발을 잠재운 뒤 완벽한 타이밍에 노예 해방을 선포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안을 위해 이 계획을 제라스에게조차 철저히 비밀로 부쳤습니다. 이것이 비극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제라스는 아지르가 권력의 맛을 본 뒤 약속을 잊었다고 오해했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습니다. 그는 아지르가 초월 의식을 치르는 날 그 힘을 가로채고 자신이 신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무서운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태양 원판의 몰락과 영원한 저주
운명의 날이 밝았습니다. 아지르는 수도의 중심에 서서 태양 원판 아래 초월 의식을 준비했습니다. 수만 명의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지르는 마침내 제라스와 약속했던 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제라스를 불러 형제라 칭하며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킴과 동시에 슈리마의 모든 노예를 해방한다고 선포했습니다. 제라스는 순간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자유가 눈앞에 주어졌지만 이미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였습니다. 제라스는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지만 이미 작동시킨 흑마법의 덫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태양 원판의 힘이 아지르에게 내려오는 순간 제라스는 아지르를 밀쳐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육체에 신성한 태양의 힘이 깃들자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지르는 그 자리에서 불타올라 재가 되어 사라졌고 제라스는 육체가 붕괴되며 순수한 비전 에너지로 이루어진 초월체로 변했습니다. 통제되지 않은 초월의 힘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슈리마의 수도 전체를 휩쓸었습니다. 화려했던 제국은 순식간에 모래 속에 파묻혔고 시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레넥톤과 나서스는 폭주하는 제라스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였고 결국 레넥톤이 제라스를 끌어안고 황제의 능묘에 함께 봉인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슈리마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황제의 부활과 깨어난 고대의 마법사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슈리마의 사막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녹서스의 카시오페아와 용병 시비르가 고대 황제의 무덤을 도굴하려다 봉인을 건드린 것입니다. 시비르는 카시오페아의 배신으로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지만 그녀의 피는 고대 황가인 아지르의 혈통이었습니다. 그녀의 피가 모래에 스며들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재가 되어 사라졌던 아지르가 부활한 것입니다. 부활한 아지르는 죽어가는 시비르를 안고 생명의 샘으로 향했고 그 숭고한 행동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초월 의식이 완성되었습니다. 아지르는 매의 형상을 한 초월체로 다시 태어났고 모래 속에 파묻혔던 슈리마의 수도를 다시 지상으로 들어 올렸습니다.
같은 시각 아지르의 부활과 함께 능묘의 봉인도 깨졌습니다. 수천 년간 어둠 속에서 증오를 키워온 제라스 역시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이제 순수한 비전 에너지가 된 제라스는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자신을 신이라 칭하며 세상을 파괴하려 합니다. 부활한 아지르는 자신이 사랑했던 제국이 멸망한 이유가 친구라 믿었던 제라스의 배신 때문임을 깨닫고 무너진 제국을 재건함과 동시에 배신자를 처단하기로 맹세합니다. 이제 슈리마의 사막은 다시 돌아온 황제와 타락한 초월체의 전장이 되어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모래 병사와 비전 의식의 전술적 대립
게임 내에서 아지르와 제라스는 스토리상의 관계만큼이나 상반되면서도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아지르는 황제라는 컨셉에 맞게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모래 병사를 소환하여 적을 지휘하고 공격합니다. 그의 주력 스킬인 일어나라!(W)는 기본 공격을 대체하며 사막의 맹습(Q)을 통해 병사들을 이동시켜 견제와 딜링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또한 신기루(E)와 황제의 진영(R)을 활용한 슈퍼 토스 플레이는 아지르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화려한 변수 창출 능력을 가진 챔피언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는 지휘관으로서 전장의 판도를 읽고 병사들을 배치하여 영역을 장악하는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반면 제라스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초월체답게 모든 스킬이 사거리가 긴 논타겟 광역 공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전 파동(Q)은 긴 사거리로 적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파멸의 눈(W)과 충격 구체(E)는 적의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특히 궁극기 비전 의식(R)은 제자리에 고정되어 초장거리 포격을 가하는 스킬로 맵 반대편에 있는 적까지 저격할 수 있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선사합니다. 제라스는 적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먼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폭격을 가하는 고정 포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현실적인 챔피언 분석과 플레이어 추천
아지르와 제라스는 미드 라이너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두 챔피언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아지르는 리그 오브 레전드 내에서 가장 높은 조작 난이도를 가진 챔피언 중 하나입니다. 모래 병사의 위치를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며 병사가 없으면 딜링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위 말하는 슈리마 드리프트라 불리는 EQ 콤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숙련도가 쌓인다면 라인전, 한타, 이니시에이팅, 지속 딜링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합니다. 피지컬에 자신이 있고 게임 전체를 지배하는 캐리력을 원한다면 아지르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제라스는 조작 난이도 자체는 아지르보다 낮지만 적중률이라는 극한의 스트레스와 싸워야 합니다. 모든 스킬이 논타겟팅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무빙을 예측하는 심리전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스킬을 맞히지 못하면 딜 로스가 심각하게 발생하며 생존기가 전무하기 때문에 암살자가 많은 메타에서는 픽하기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재는 감각이 뛰어나고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데 능숙한 유저라면 제라스만큼 상대방에게 좌절감을 주는 챔피언도 없습니다. 안전한 거리에서 적을 갉아먹고 마무리하는 저격수의 로망을 가진 분들에게 제라스를 추천합니다.
아지르와 제라스의 이야기는 믿음과 오해 그리고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친구를 위해 제국을 바치려 했던 황제와 친구를 믿지 못해 제국을 무너뜨린 노예의 비극은 지금도 슈리마의 모래바람 속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소환사의 협곡에서 이들을 플레이할 때 그 화려한 스킬 이면에 담긴 천년의 한과 슬픈 우정을 기억한다면 게임이 주는 몰입감은 배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