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Stray), 멸망한 도시의 벽을 넘어 집으로 향하는 길고양이의 여정

 


스트레이의 배경: 마지막 인간의 흔적, '벽 안의 도시'

스트레이는 인류가 멸망하고 수백 년이 지난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게임의 주 무대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인 지하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벽 안의 도시(Walled City)'라고 불리며, 본래는 지구 표면의 치명적인 오염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된 거대한 쉘터 시설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를 가동시키던 인간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그들의 흔적은 낡은 홀로그램과 기록, 그리고 도시를 관리하던 로봇인 '컴패니언(Companions)'들만이 남아있습니다.

이 도시의 생태계는 두 가지 주요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는 도시의 잔해 속에서 독자적인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컴패니언' 로봇들입니다. 이들은 인간의 성격과 감정을 모방하여 부족 사회를 형성하고 있으며, 과거 인간의 생활 방식을 따라가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둘째는 도시의 지하 가장 깊은 곳에서 번식하며 살아가는 유기체 '저커(Zurk)'들입니다. 이 저커들은 도시의 폐기물과 유기물을 섭취하며 번성하는 공격적인 돌연변이 생물체로, 컴패니언들에게는 가장 큰 위협입니다. 작은 길고양이인 주인공이 이 도시에 떨어지면서, 평화로웠던 컴패니언들의 일상과 벽 안의 도시의 끔찍한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추락과 첫 번째 조우: 길고양이와 B-12의 만남

게임은 주인공인 길고양이 한 마리가 외부 세계의 따뜻한 햇빛 아래, 동료 고양이들과 함께 평화롭게 지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불행한 사고로 인해 고양이는 낡은 파이프를 밟고 미끄러져 수백 미터 아래,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인 지하 도시로 추락하게 됩니다. 추락의 충격에서 벗어난 고양이는 자신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과 어두운 통로를 탐험하며 필사적으로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도시의 가장 위험한 생물체인 '저커'들의 공격을 피하며, 도시의 하층부인 '슬럼(Slums)' 지역에 도착합니다. 슬럼에서 고양이는 우연히 작동이 멈춘 작은 드론, 'B-12'를 발견하게 됩니다. B-12는 과거 인간 과학자의 의식이 담긴 드론으로, 기억의 대부분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고양이는 B-12를 부활시키고, B-12는 고양이의 등에 달라붙어 통역, 물건 수집, 플래시라이트 등의 역할을 하며 고양이의 유일한 동반자가 됩니다. B-12는 고양이에게 인간이 멸망한 이유와 도시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둘은 함께 지상으로 돌아갈 출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슬럼과 미드타운: 컴패니언들의 사회와 도시의 계층

고양이와 B-12는 슬럼 지역에서 컴패니언들의 부족 사회와 만납니다. 컴패니언들은 고양이를 '이방인'이자 '기적의 존재'로 받아들이며 경계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표합니다. 슬럼의 컴패니언들은 지상으로 탈출하려는 비밀 조직인 '아웃사이더(Outsiders)'의 흔적을 찾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아웃사이더의 지도자였던 '모모(Momo)'를 만나고, 모모의 도움을 받아 도시의 계층 구조를 따라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한 단서를 수집합니다.

고양이는 모모의 옛 동료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 도시의 상층부인 '미드타운(Midtown)'으로 진입합니다. 미드타운은 슬럼과는 달리 통제되고 정돈된 사회로, 중앙 AI인 '센티넬(Sentinel)' 로봇들이 보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컴패니언들은 슬럼의 주민들보다 더 풍요롭고 규율 잡힌 생활을 하지만, 외부 세계에 대한 희망을 잃은 채 안락함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미드타운에서 아웃사이더의 마지막 흔적을 찾고, 도시의 '핵심(Core)'에 가까워지기 위한 키 카드를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고양이 특유의 민첩함과 B-12의 기술력을 활용하여 센티넬의 감시망을 피하고, 컴패니언들의 일상에 섞여들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잊혀진 도시와 감옥: 도시 멸망의 진정한 원인

아웃사이더의 기록과 B-12의 복원된 기억을 통해, 고양이와 B-12는 이 도시가 단순히 오염된 세상으로부터의 피난처가 아니라, 인류가 저지른 끔찍한 실수로 인해 멸망한 곳임을 알게 됩니다. 도시의 지하에는 인류가 '벽 안의 도시'를 밀폐시키고 저커들을 통제하려다 실패한 '잊혀진 도시(Forgotten City)'와 '감옥(Prison)' 시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B-12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그는 자신이 원래 도시의 창조자 중 한 명이었던 인간 과학자였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인류가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도시 안에서 멸망했으며, 자신은 최후의 순간에 의식을 드론에 업로드하여 인류의 기록을 보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커들은 본래 도시의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기체였으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을 공격하고 번성하며 도시 멸망의 최종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B-12의 과거 기억 조각들을 수집하며 인간의 오만과 탐욕이 낳은 비극적인 결말을 목격합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센티넬 로봇들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B-12와 컴패니언들의 도움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최종 목적지, 도시의 핵심: 지상으로 향하는 길

감옥에서 탈출한 고양이와 B-12는 마침내 도시의 모든 기능과 보안을 관장하는 '핵심(Core)' 시설에 도달합니다. 이곳은 도시의 모든 정보와 제어 시스템이 모여 있는 곳이며, 지상으로 나가는 출구를 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핵심 시설은 강력한 센티넬들의 방어와 저커들의 공격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고양이는 특유의 민첩성과 B-12의 기술로 모든 장애물을 극복합니다.

핵심 시설에서 고양이는 도시의 중앙 AI 시스템을 조작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B-12는 자신의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여 도시의 메인 시스템을 해킹하고, 모든 센티넬들을 무력화시킵니다. B-12는 고양이에게 작별을 고하며, "인류의 기억은 이제 너에게 달렸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기능을 정지합니다. B-12의 희생으로 도시의 모든 보안 시스템이 해제되고,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던 도시의 천장 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고양이는 인류의 마지막 유산인 B-12를 잃었지만, 컴패니언들에게 자유와 희망을 선물하고 마침내 외부 세계로 나아갈 길을 발견합니다.

지상으로의 귀환: 희망을 전달하는 길고양이

마침내 도시의 거대한 출구가 열리고, 따뜻한 햇빛이 지하 도시에 쏟아져 들어옵니다. 고양이는 벽 안의 도시를 벗어나 지상으로 향합니다. 이와 동시에 도시의 센티넬들은 작동을 멈추고, 컴패니언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벽이 열리는 장엄한 광경을 목격하며 새로운 자유를 맞이합니다. 고양이는 컴패니언들에게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그들의 세계를 영원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고양이는 험난했던 디스토피아 도시에서의 여정을 뒤로하고, 푸른 하늘과 자연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게임의 마지막 장면은 고양이가 지상의 들판을 거닐며, 자신이 속했던 외부 세계의 동료들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여정은 단순히 한 마리 길고양이가 집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멸망한 문명의 마지막 흔적을 통해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새로운 생명체들에게 자유와 가능성을 선사하는 감동적인 서사였습니다.

스트레이, 작지만 위대한 구원의 이야기 분석

스트레이는 독특한 설정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평단과 게이머 모두에게 큰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무엇보다 주인공의 독특함입니다. 플레이어가 작은 고양이의 시점에서 세상을 탐험하고, 고양이 특유의 행동(상호작용, 울음, 낮잠 등)을 통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신선하고 몰입감이 높습니다. 도시의 미스터리가 점진적으로 밝혀지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B-12와의 관계에서 오는 감성적인 교류는 이야기의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인류가 멸망한 후 로봇들이 인간의 문화를 모방하며 살아가는 '벽 안의 도시'의 세계관은 매우 정교하고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약점도 존재합니다. 게임의 핵심 키워드인 '스트레이'는 인류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상징하며 자연스럽게 반복됩니다. 그러나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다소 짧아, 방대하게 설정된 도시의 각 계층과 컴패니언들의 사회를 더 깊이 탐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초반부 저커들과의 전투 섹션이 고양이의 정체성과 다소 동떨어져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이는 작고 섬세한 주인공의 시점을 통해 멸망한 문명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수작입니다. 현실적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복잡한 전투나 시스템보다는, 따뜻한 감동과 퍼즐, 그리고 독특한 세계관에 몰입하고 싶은 게이머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특히 고양이라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은 신선하고 감동적입니다. 그러나 장시간 플레이를 선호하는 하드코어 RPG 팬에게는 플레이 시간이 짧아 비추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