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of Us Part II의 후반부는 전반부의 맹목적인 복수 서사를 완전히 뒤집어놓는 충격적인 시점 전환으로 시작됩니다. 이 게임은 애비(Abby)라는 인물을 단순한 악당이 아닌, 조엘의 행동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고통받는 또 다른 복수자로 조명합니다. 애비의 진실과 용서는 복수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파괴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여정입니다. 우리는 애비의 과거, 그녀가 시애틀에서 겪는 3일간의 투쟁,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녀가 어떻게 용서와 구원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게임은 두 주인공의 상실과 고통을 대칭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폭력의 순환 구조를 완성합니다. 애비는 WLF(워싱턴 해방 전선) 소속으로서의 삶과 아버지의 복수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의 인간성을 잃어갔습니다. 하지만 시애틀에서의 3일간, 그녀는 멜과 오웬을 잃고, 세라파이츠(스카)의 아이들인 야라와 레브를 만나면서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이 과정은 애비가 겪는 가장 중요한 변화의 시점이며, The Last of Us Part II가 던지는 '복수의 대가'라는 메시지를 심화시킵니다.
애비의 과거: 복수의 씨앗이 심어진 순간
애비의 서사는 조엘이 파이어플라이 연구진을 학살했던 4년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녀는 파이어플라이의 수석 외과 의사의 딸이었으며, 인류를 구할지도 모르는 백신 개발의 희망이 조엘에 의해 좌절되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했습니다. 이 충격적인 경험은 어린 애비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고, 그녀의 삶의 목적을 오로지 아버지의 복수에 맞추게 했습니다. 그녀가 WLF에 합류하여 강력한 전사가 된 것도, 모두 조엘을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조엘을 찾아내 무참히 살해한 순간, 애비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느꼈을지 모르나, 곧 그 복수가 그녀의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했음을 깨닫습니다. 복수는 그녀의 영혼을 구원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녀를 더욱 고독하고 잔혹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애비는 WLF 내에서 강한 힘을 가졌지만, 아버지의 복수 이후 그녀의 내면은 방향을 잃고 방황합니다. 그녀의 복수 서사는 엘리의 서사와 완벽한 거울상을 이루며, 복수가 궁극적으로 복수자 자신을 파괴한다는 게임의 주제를 뒷받침합니다.
애비는 복수를 위해 수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희생했습니다. 그녀의 근육질 몸매와 전투 능력은 목표를 향한 집착의 물리적 증거이며, 그녀의 내면의 고통을 감추려는 갑옷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엘을 죽인 후 그녀를 괴롭히는 악몽은 복수가 해결책이 아님을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애비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아버지를 잃은 공포와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The Last of Us Part II는 이처럼 폭력과 증오가 개인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애비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치밀하게 보여줍니다. 애비의 이야기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트라우마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의 3일: WLF 전사에서 인간으로의 변화
게임의 후반부는 애비가 시애틀에서 겪는 격렬한 3일간을 상세히 조명합니다. 이 기간 동안, 애비는 자신이 속한 WLF와 적대 집단인 세라파이츠(스카)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에 휘말립니다. 애비는 한때 연인이었던 오웬과 그의 임신한 파트너 멜이 자신 때문에 WLF를 떠나려고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처한 위험을 알게 됩니다. 이들의 복잡한 관계는 애비가 맹목적인 증오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유대감을 회복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여정의 결정적인 전환점은 세라파이츠의 아이들인 야라(Yara)와 레브(Lev)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공동체로부터 버림받은 야라와 레브를 돕기로 결정하면서, 애비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들을 보호하게 됩니다. 특히 트랜스젠더 소년인 레브는 애비에게 단순한 보호 대상을 넘어, 구원의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레브와 야라를 돕는 과정에서 애비는 끊임없이 위험에 처하며, WLF와 스카 양쪽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는 그녀가 이제 복수라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음을 의미합니다.
애비는 WLF의 최고 전사로서의 임무와, 연민이라는 내면의 목소리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그녀는 WLF의 잔혹한 명령에 복종하면서도, 레브와 야라를 향한 인간적인 끌림을 외면하지 못합니다. 시애틀 도심을 가로지르며 벌어지는 그녀의 생존 투쟁은, 전작의 조엘이나 엘리의 여정만큼이나 처절합니다. 애비는 이 과정에서 엘리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그녀는 오직 야라의 부상을 치료하고, 레브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것에 집중합니다. 애비가 과거의 집착을 버리고 현재의 생명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은, 그녀가 마침내 복수의 어둠에서 벗어나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레브와의 관계: 구원과 속죄의 상징
애비가 레브와 맺는 관계는 그녀의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레브는 종교적 공동체의 억압 속에서 자유를 찾아 탈출한 순수한 영혼입니다. 애비는 레브를 지키기 위해 WLF 친구들의 도움을 포기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던 고층 건물의 위험도 감수합니다. 애비가 레브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는 그녀가 조엘을 살해했던 과거의 죄와 폭력에 대한 일종의 속죄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레브는 애비에게 잃어버린 '딸'과 같은 존재가 됩니다. 조엘이 엘리를 대했던 것처럼, 애비 역시 레브를 무조건적으로 보호하고 돌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애비는 조엘의 죽음으로 파괴된 자신의 삶에서, 레브를 통해 새로운 의미와 목적을 발견합니다. 애비가 레브를 구하는 행동은 증오의 감정을 사랑과 책임감으로 대체하려는 그녀의 내면적 투쟁을 상징합니다. The Last of Us Part II는 이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 구원이란 복수를 멈추고 새로운 생명을 지키는 행위에서 비롯됨을 보여줍니다.
레브와의 유대감은 애비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열쇠입니다. 애비는 야라의 죽음과 레브의 고통을 목격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폭력의 잔인함을 간접적으로 체감합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복수라는 개인적인 감정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그녀의 모든 행동은 레브의 생존을 위한 이타적인 동기에서 나옵니다. 애비의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시애틀의 고층 빌딩을 건너는 장면은, 그녀가 과거의 두려움과 집착을 떨쳐내고 레브라는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이 여정은 애비에게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치유하고,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는 과정이 됩니다. 애비의 변화는 엘리의 타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증오와 사랑 중 무엇이 더 파괴적이고 구원적인지를 묻습니다.
폭력의 대면: 엘리와의 충격적인 재회
애비가 레브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거의 마칠 무렵,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복수의 결과에 직면하게 됩니다. 엘리가 WLF 기지를 습격하는 과정에서 멜과 오웬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엘리와 애비는 복수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되는, 뒤틀린 관계에 놓입니다. 애비는 친구들의 죽음에 분노하며, 자신의 구원자인 레브와 함께 엘리를 쫓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애비는 시애틀의 극장에서 엘리와 디나를 찾아내고, 두 주인공은 잔인한 대결을 펼칩니다. 애비는 엘리를 압도하고, 디나를 죽이려 하지만, 레브의 간절한 개입으로 멈춥니다. 애비는 엘리와 디나를 살려줍니다. 이 결정은 애비의 서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용서의 순간입니다. 그녀는 복수의 굴레를 끊고, 인간적인 연민과 레브에 대한 책임감을 선택합니다. 이 장면은 애비가 조엘을 죽임으로써 얻지 못한 평화를, 엘리를 살려줌으로써 얻고자 했음을 보여줍니다. 애비의 이 용서는 전반부 엘리의 무자비한 복수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The Last of Us Part II의 주제 의식을 완성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극장에서의 이 대결은 애비의 내면적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녀는 조엘을 잔혹하게 살해했던 과거의 자신을 극복하고, 레브라는 새로운 삶의 희망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거부합니다. 애비는 복수가 결국 무의미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으며, 자신의 손으로 엘리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 또 다른 증오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임을 직감합니다. 그녀의 결정은 복수라는 원시적인 감정을 뛰어넘는 도덕적 성숙을 반영하며, 플레이어에게 큰 충격을 주면서도 깊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산타 바바라: 또 다른 여정과 궁극적인 용서
극장에서 엘리를 살려준 이후, 애비와 레브는 WLF를 떠나 파이어플라이 재건의 희망을 찾아 캘리포니아의 산타 바바라로 향합니다. 그들은 라디오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 마지막 남은 파이어플라이 무리에 합류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노예 상인 집단인 래틀러(Rattlers)에게 붙잡혀 고통받는 신세가 됩니다. 몇 달 후, 애비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해변에 묶여 있으며, 레브 역시 잡혀있습니다.
이때 엘리가 등장합니다. 조엘의 환영에 시달리며 평화를 얻지 못한 엘리는 마지막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산타 바바라까지 애비를 추적해 온 것입니다. 엘리는 쇠약해진 애비를 풀어주면서도, 결국 복수의 끈을 놓지 못하고 그녀에게 결투를 강요합니다. 애비는 처음에는 저항하지 않으려 하지만, 레브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엘리는 마침내 애비를 제압하고 물에 빠뜨리지만, 조엘과의 마지막 따뜻했던 대화를 회상하며 마지막 순간에 애비를 살려주는 용서의 결정을 내립니다. 이로써 두 주인공은 증오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애비와 레브는 보트를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납니다.
애비가 겪는 산타 바바라의 고통은 그녀가 복수를 통해 얻고자 했던 평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녀의 육체는 극도로 쇠약해졌지만, 레브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꺾이지 않습니다. 애비의 마지막 싸움은 그녀의 생존 본능을 보여주지만, 궁극적으로 엘리에게 살해되지 않은 것은 엘리가 애비에게 복수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애비는 엘리의 복수로부터 구원받았고, 이는 곧 애비가 극장에서 엘리에게 베풀었던 용서의 결과가 그녀에게 되돌아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The Last of Us Part II는 이 피날레를 통해 진정한 승리는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폭력을 멈추는 용기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폭력의 순환을 끊는 진정한 구원에 대하여
애비의 서사는 The Last of Us Part II가 제시하는 복수의 주제를 완성합니다. 그녀의 여정은 '증오'가 어떻게 '사랑과 책임감'으로 대체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애비는 조엘을 죽임으로써 복수심을 해소했으나, 그 행동은 결국 그녀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파괴했습니다. 그녀가 레브를 구하고 엘리를 용서하는 과정은, 폭력의 순환을 끊고 진정한 구원을 얻는 유일한 길은 용서와 희생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애비라는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서사의 윤리적 복잡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는 그녀의 관점을 체험함으로써, 악당으로 여겼던 인물에게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그녀의 캐릭터 디자인과 내러티브는 단순한 대립 구도를 넘어선 인간의 깊은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단점으로는, 서사 구조의 급진적인 전환과 극단적인 폭력 묘사가 일부 플레이어에게 불쾌감이나 심리적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주인공인 엘리를 죽이려 했던 애비에게 감정 이입을 해야 한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애비의 서사가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그녀의 동기와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The Last of Us Part II는 애비의 시선을 통해 복수가 아닌 용서만이 파멸적인 증오의 굴레를 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수작입니다. 그녀의 여정은 잔혹하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복잡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서사를 원하는 플레이어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당신의 도덕적 관념을 뒤흔들고 싶다면, The Last of Us Part II를 반드시 경험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