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면서도 어두웠던 그 시대의 카무로쵸와 소텐보리에서 두 남자가 야쿠자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비극적이고도 영웅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용과 같이 0은 단순한 프리퀄을 넘어, 전설의 시작을 보여주는 깊이 있는 스토리를 선사합니다.
버블 시대의 카무로쵸: 키류 카즈마의 시작
1988년, 일본은 거품 경제의 절정기를 맞이하며 돈이 넘쳐나던 시기였습니다. 도쿄의 환락가 카무로쵸 역시 돈 냄새가 진동하는 욕망의 도시였습니다. 주인공 키류 카즈마는 동성회 직계 도지마조의 말단 조직원으로, 고리대금업의 채권 회수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키류가 채권을 회수했던 남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살해 현장이 바로 '하늘의 땅'이라고 불리는 카무로쵸의 황금 노른자위 땅임이 밝혀집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키류는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조직에서는 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자수할 것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키류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를 인정할 수 없었고, 존경하는 카자마 신타로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조직에서 파문당합니다. 키류는 누명을 벗고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이 과정에서 '하늘의 땅'을 둘러싼 동성회 내부의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진실을 파헤치고, 야쿠자 세계의 비정함과 욕망을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소텐보리의 밤: 마지마 고로의 그림자
한편, 오사카의 거대한 환락가 소텐보리에서는 또 다른 주인공 마지마 고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한때 동성회 소속이었던 마지마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한쪽 눈을 잃고 조직에서 축출당한 채, 소텐보리 최대 규모의 캬바레 '그랜드'의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뛰어난 수완으로 그랜드를 최고의 캬바레로 키워냈지만, 실제로는 동성회 직계 시마노조의 감시를 받으며 사실상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였습니다. 마지마는 동성회에 복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조직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을 수행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마는 동성회 복귀의 조건으로 한 여인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마키무라 마코토, 맹인 안마사였습니다. 마지마는 그녀를 암살하려 하지만, 무고한 그녀를 해칠 수 없어 결국 명령을 거부합니다. 이 선택으로 인해 마지마는 시마노조와 오미 연합이라는 거대한 조직들 사이의 싸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마지마는 마코토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그녀의 과거와 '하늘의 땅'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게 됩니다. 그는 점차 마코토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과 야쿠자로서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하늘의 땅'을 둘러싼 음모와 두 남자의 만남
'하늘의 땅'은 카무로쵸의 재개발 계획의 핵심 부지였고, 이 땅을 손에 넣기 위해 동성회 내부의 여러 조직들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습니다. 도지마조의 세 명의 간부, 쿠제, 아와노, 시부사와는 각각의 방식으로 '하늘의 땅'을 차지하려 키류를 이용하거나 제거하려 합니다. 키류는 이들의 음모에 맞서 싸우며, 자신과 카자마가 얽힌 진실을 파헤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타치바나 부동산'의 사장인 타치바나 신지와 손을 잡게 되고, 그의 조언을 받으며 성장해 나갑니다.
한편, 마지마는 마코토를 지키기 위해 오사카의 어둠 속에서 고군분투합니다. 마코토는 '하늘의 땅'의 유일한 상속자였고, 그녀의 생존 자체가 이 거대한 이권 다툼의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마지마는 마코토를 보호하기 위해 야쿠자 조직들과 싸우고, 그녀의 숨겨진 과거와 충격적인 진실들을 마주합니다. 결국, 키류와 마지마의 이야기는 '하늘의 땅'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중심으로 얽히게 되며, 두 주인공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야쿠자의 숙명, 그리고 맹세의 장소
키류와 마지마는 각자의 방식으로 '하늘의 땅'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의 실체를 밝혀냅니다. '하늘의 땅'은 원래 카자마 신타로와 시마노 후토시, 그리고 타치바나 신지가 과거에 계획했던 야쿠자 세계의 규칙을 바꾸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지마 소헤이를 비롯한 욕심 많은 야쿠자들이 이를 차지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었습니다.
키류는 도지마조의 세 간부와 차례로 맞서 싸우며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합니다. 그는 강대한 힘과 불굴의 의지로 야쿠자의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존재로 성장합니다. 마지마 역시 마코토를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겁니다. 그는 자신을 억압했던 시마노조와 오미 연합의 조직들을 상대로 피의 복수를 감행하고, 마코토가 원하는 평화로운 삶을 위해 기꺼이 희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지마는 '시마노의 광견'이라는 별명처럼 광기 어린 전투 스타일을 완성하며, 이후 시리즈에서 보여줄 그의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합니다.
스포일러 주의! 아래 내용은 게임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설의 서막: 맹세의 장소
키류는 모든 진실을 밝히고, '하늘의 땅'을 둘러싼 음모의 배후에 도지마 소헤이가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키류는 도지마 소헤이의 음모를 좌절시키고, 카자마 신타로와 타치바나 신지의 뜻을 이어받아 '하늘의 땅'이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곳이 되도록 만듭니다. 키류는 결국 야쿠자 세계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되지만, 그는 단순한 야쿠자가 아닌 '도지마의 용'으로서 자신만의 정의를 지켜나갈 것을 맹세합니다.
마지마는 마코토를 지켜내지만, 그녀가 더 이상 야쿠자 세계와 엮이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헤어집니다. 마코토는 마지마의 희생을 알지 못한 채 눈이 보이는 수술을 받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갑니다. 마지마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시마노의 광견'으로서 야쿠자의 어두운 길을 걷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이후 시리즈에서 키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조력자로 등장하며, 그의 광기 어린 모습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 두 남자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게임 내에서는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하늘의 땅'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며, 야쿠자의 세계에서 자신들만의 '맹세'를 지켜나갑니다. 키류는 누구보다 강직한 야쿠자로서의 길을, 마지마는 광기와 자유로움 속에 숨겨진 의리를 지키는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용과 같이 0은 이처럼 전설적인 두 남자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이후 시리즈의 모든 시작점이 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버블 시대의 야쿠자 드라마를 경험하다
용과 같이 0: 맹세의 장소는 단순히 액션 게임을 넘어, 격동의 버블 경제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야쿠자들의 삶과 욕망, 그리고 의리를 탁월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키류와 마지마라는 두 주인공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와, 그들이 겪는 비극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서사는 플레이어에게 깊은 몰입감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아직 이 전설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경험하지 못하셨다면, 1980년대 일본의 화려하고도 어두운 뒷세계로 뛰어들어 두 남자의 '맹세'를 지켜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