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쇼크(BioShock), 부탁인데 Would you kindly 게이머의 뒤통수를 친 최고의 반전

여러분은 지금까지 내 의지로 게임을 해 왔다고 믿으셨나요. 화면 속 주인공에게 명령이 내려오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바이오쇼크는 바로 그 당연한 믿음을 정면으로 무너뜨린 게임입니다.

2007년 이 게임이 나왔을 때 많은 플레이어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컨트롤러를 내려놓았습니다. 내가 했던 모든 선택이 사실은 누군가의 조종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바이오쇼크가 어떤 세계와 이야기를 품고 있고 왜 부탁인데 한마디가 게임 역사상 최고의 반전으로 남았는지 결말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960년 대서양 한복판에 추락한 남자는 어디로 향할까요

이야기는 1960년 어느 날 밤 비행기가 대서양에 추락하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잭은 홀로 살아남아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이상한 등대를 발견합니다. 그 안에는 바닷속으로 내려가는 잠수 구가 있고 잭은 이끌리듯 그것에 올라탑니다. 그가 도착한 곳이 바로 바닷속 도시 랩처입니다.

랩처는 사업가 앤드루 라이언이 세운 이상향입니다. 정부와 종교와 도덕의 간섭 없이 누구나 자기 능력만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도시를 꿈꾸며 바다 밑에 지었습니다. 그러나 잭이 마주한 랩처는 이미 무너진 뒤였습니다. 복도에는 물이 새고 거리에는 미쳐 버린 사람들이 배회합니다.

이때 잭에게 무전으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자신을 아틀라스라고 소개한 그는 가족이 위험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잭은 그의 안내를 받아 랩처를 헤치며 이야기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바닷속 도시 랩처는 왜 그토록 아름답고도 섬뜩할까요

바이오쇼크의 가장 큰 매력은 랩처라는 공간 그 자체입니다. 아르데코 양식의 화려한 건물과 재즈 음악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깊은 바다가 어우러져 지금 봐도 감탄이 나오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광기는 더욱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랩처가 무너진 이유는 아담이라는 물질 때문입니다. 아담은 유전자를 바꾸는 신비한 힘을 주었고 사람들은 더 강해지고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아담에 집착하다 정신을 잃어 갔습니다. 자유를 앞세운 이상향이 욕망 때문에 스스로 무너져 가는 과정은 이 게임이 던지는 무거운 메시지입니다.

게임은 이 이야기를 긴 설명이 아닌 곳곳에 흩어진 녹음 기록과 환경으로 전합니다. 벽에 남은 낙서와 무너진 방 그리고 죽은 사람들이 남긴 음성 일기를 모아 가다 보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랩처의 몰락을 퍼즐처럼 맞추게 됩니다.

플라스미드와 리틀 시스터는 어떤 선택을 강요할까요

게임 플레이는 총과 초능력을 함께 쓰는 방식입니다. 잭은 플라스미드라는 주입제를 몸에 넣어 손에서 불이나 번개를 쏘고 물건을 끌어당기는 힘을 얻습니다. 총만 쏘는 것이 아니라 번개로 적을 감전시킨 뒤 물에 젖은 바닥을 이용해 한꺼번에 처치하는 식의 창의적인 전투가 가능합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장치는 리틀 시스터입니다. 아담을 몸속에 지닌 어린 소녀들로 거대한 보호자 빅 대디가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빅 대디를 쓰러뜨린 뒤 소녀를 구해 낼지 아니면 아담을 뽑아 내고 죽게 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구하면 얻는 아담이 적고 희생시키면 훨씬 많이 얻습니다. 힘을 위해 어린아이를 희생시킬 것인가라는 도덕적 질문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에 녹아 있는 셈입니다. 이 선택은 결말에까지 이어져 플레이어를 끝까지 따라다닙니다.

아틀라스의 목소리는 왜 그렇게 믿음직스러웠을까요

아틀라스는 게임 내내 무전으로 잭을 이끕니다. 다정하고 유쾌한 말투에 가족을 구하려는 절박함이 섞여 있어서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그를 믿게 됩니다. 반대로 랩처의 지배자 앤드루 라이언은 방송을 통해 잭을 조롱하며 적으로 그려집니다.

이 구도는 처음에는 단순한 선과 악처럼 보입니다. 아틀라스는 도움을 청하는 착한 조력자이고 라이언은 도시를 망친 독재자라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플레이어는 뒤늦게 자신이 어떤 그림 속에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스포일러 주의 지금부터는 게임의 결말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플레이하지 않으셨다면 여기서 멈추시기를 권합니다.

부탁인데 한마디에 숨어 있던 반전은 무엇이었을까요

결정적인 순간은 잭이 라이언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찾아옵니다. 라이언은 잭에게 골프채를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잭은 라이언의 아들이었고 랩처에서 태어나 빠르게 성장하도록 만들어진 뒤 어떤 말에도 복종하도록 조건화된 존재였습니다. 그 복종의 열쇠가 바로 부탁인데 라는 말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게임 내내 아틀라스가 건넨 지시에는 늘 이 표현이 붙어 있었습니다. 문을 열어 달라 저 장치를 작동시켜 달라 그 사람을 처치해 달라는 부탁들이 사실은 잭의 의지를 완전히 덮어쓰는 명령이었던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열심히 따라왔습니다.

라이언은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고 말한 뒤 스스로 잭에게 골프채를 맞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지막으로 잭은 자신을 조종한 아틀라스의 정체가 프랭크 폰테인이라는 사기꾼이자 밀수업자였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이 순간 게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스스로 선택했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이 반전이 특별한 이유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는 지시를 받으면 수행한다는 규칙에 익숙합니다. 바이오쇼크는 그 규칙 자체를 이야기의 장치로 삼아 플레이어와 잭을 하나로 겹쳐 놓았고 그래서 충격이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두 갈래 결말은 각각 어떤 마무리를 남길까요

폰테인을 쓰러뜨린 뒤 이야기는 리틀 시스터를 어떻게 대했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모든 리틀 시스터를 구했다면 잭은 그들과 함께 바다 위로 올라갑니다. 소녀들은 평범한 아이로 성장하고 잭은 그 곁에서 가족의 온기를 얻는 따뜻한 결말이 펼쳐집니다.

반대로 한 명이라도 희생시켰다면 결말은 어둡게 뒤바뀝니다. 잭은 랩처에서 얻은 힘으로 수면 위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리틀 시스터를 아꼈던 박사의 목소리는 그가 얼마나 끔찍한 선택을 했는지 질타합니다. 힘을 위해 남을 희생한 대가를 보여 주는 셈입니다.

냉정하게 따져 본 장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요

장점부터 이야기하면 바이오쇼크는 분위기와 이야기 그리고 시스템이 하나로 맞물린 게임입니다. 랩처라는 공간의 매력은 지금도 뛰어나고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한 반전은 다른 작품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성취입니다. 여러 매체가 2007년 최고의 게임으로 꼽을 만큼 평가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반전이 지나간 뒤 최종 보스전은 앞의 감정을 이어 가기에는 밋밋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리틀 시스터를 구할지 말지 결정하는 구조도 선택이 너무 단순한 양자택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또 죽어도 곧바로 되살아나는 장치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슈팅 조작이나 해킹 미니게임이 오늘날 기준으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바이오쇼크는 게임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의 가능성을 크게 넓힌 작품입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하셨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랩처에 내려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부탁인데 라는 한마디가 어떤 의미인지 직접 느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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